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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구나.


BY 구름 2001-03-29

네가 떠난 봄이 왔구나. 내가슴이 저려와서 이제 또 봄이 온것을
알았단다. 이젠 얼굴도 잘 떠오르지 않는데 해마다 봄이면 네가
떠난 그때가 온것을 알게 된단다. 나는 벌써 중년이 되었다.
넌 언제나 청년인데, 내겐 가족도 있고, 아이들도 있단다.
넌 언제나 청년인데, 어쩌다 이름도 잊을때가 있단다. 이름이
뭐였더라. 하늘을 쳐다보고 실실 웃어버려야지. 이렇게 세월이
나를 무덤덤하게 만들었구나. 너가 세상에 없어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잘도 돌아간다. 세상을 온통 구해야만 할것같던 우리의
젊음도 덧없이 사그러지고, 나 아니면 안될것같던 세상이 나를 잊어
버린듯하다. 왜그렇게 바보처럼 살았냐고, 묻고 물어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내가 아니어도 네가 아니어도 세상은 흘러가고
그렇게 살아지는것을 왜 바보처럼 살았나 돌이키려해도 세월은
너무 흘러 버렸다. 네가 뛰어다니던 그거리가 싫다. 네가 떠난뒤
정말 한번도 그앞에는 안갔단다. 그학교도 정말 정말 싫어진다.
모두다 가고싶어하는 그곳에 나는 영영 안가고 싶다.
정말, 역사속에 살았구나. 내 젊은날이 내 귀한 시간이 언제나
길거리에 있었다니. 나는 이젠 집안에만 있단다. 예전의 나랑은
비교도 안되게 순하디 순한 아줌마가 되었단다. 옛날 사람은
모두 잊었단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몰랐으면 싶게, 아주 현실적인
아줌마로 하루를 산단다. 내남편, 내아이만 챙기는 영악한 아줌마로
세상과는 담을 쌓았다. 그래도, 사는덴 지장이 없단다.
정말, 편하고 편해서 눈물이 난다. 봄이 또 되는걸 알았는지.
그곳은 정말 편하니. 한번도 소식이 없구나. 정말 그곳은 사람이
살만한 곳인가 보다. 한번 가면 절대 안돌아 오는걸 보면.
시간이 다해 내가 가면 날 알아보겠니. 예전에 내 모습이 아니어서
영영 다시는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지. 편하게 살아라.
정말 편하게 모두가 사랑하는 귀한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