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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일여성 = 독일남성


BY 여자생각 2001-03-30

조금 일반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독일에서 5년 넘게 유학하며 점점 느끼는 것은 사람 사는 모습들 비슷하다는 거다. 민족성이란 거 아주 없다고 주장하면 세상사 너무 심심하겠지만, 뭐 살아온 자연환경이나 역사적 조건 속에서 민족에 따라 악착같은 생존능력, 혹은 낙천적이고 태평무사한 사고방식, 어두운 기질, 밝고 활동적인 성격 등을 대충 형성해온 것 같다. 그 외에는 희로애락의 감정표현이며 가족,친구,전통을 생각하는 마음이며 기본적인 종교성이며...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교활한 사람, 순박한 사람, 욕심많은 사람, 시끄러운 사람... 골고루 섞여있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을 자꾸 갖는다.

함께 오래 겪어보지 못하고 다른 문화를 짧게 접했을 때는 그 나라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이 모두 비슷하게 보인다. 그때 두드러지게 발견하게 되는 문화적 차이라는 건, 사실은 그 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함께 지키기로 약속하고 실행해온 삶의 룰이다, 문화라 해도 좋고 전통이라 해도 좋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일들은 아니다. 개혁이라는 것도 그것을 수용할 만한 전통의 능력을 바탕으로 하고 이루어지며, 그것이 다시 그 민족의 전통을 이루어나간다.

그러므로 다시 말하거니와 한국남성이 독일 여성들을 극구 칭찬하며 부러워했을 때 그는 그 여자들의 자의식이, 그 삶이 별난 여자의 발악으로 보여지지 않도록 함께 이해하며 그 손을 꼭 맞잡아주고 있는 독일남성들을 칭찬하며 부러워하는 거다. 한국남성의 눈에 벅찬 감동을 일으킨 그 독일여성들의 자의식은 남성, 여성, 노인, 어린이, 장애인, 빈민... 등등 사회각계각층의 권리가 상충되지 않고 조화롭게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가는 전체사회구조 속의 일부분일 뿐이다.

독일여성들 "No"는 확실한 "No"라고? 그 말 맞다. 하지만 그건 "No"라고 얘기할 때 "No"라고 말 그대로 이해해주는 남성들이 있어서 가능한 상호대화다.

원치않는 상대와의 결혼에 구속되지 않고 혼자서 아기를 키우기로 결정한 여성들이 공부도 계속하고 직업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기본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주고 영아원,유치원 등의 시설을 저렴하게 제공할 뿐 아니라, 편견없이 바라보려는 사회적 노력없이 그저 한국여성이 자식과 함께 홀로서기를 바라는가? 가능한 일인가?

정당이나 남성위주의 특수직업영역에 여성특별쿼터제를 도입해서 자연스럽게 남녀균등한 고용이 이루어질 때까지 여성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불공평(?)이 자행되기까지 함에도 아직도 보수적인 교수직 분야에서는 여성고용률이 5%에 머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곳, 학생조교를 뽑을 때도 같은 조건일 경우 여학생을 뽑는다는 원칙(남녀고용비율 때문에)이 제시되어 있는 이곳. 한국여성은 무식하고 노력을 안해서 빨리빨리 가능성 있는 영역으로 진출을 못한 것인가?
도대체 뭘 어떻게 깨어나란 말인가?

한국여성들 신세타령 좀 해볼까? 많이 말고 아주 쪼금만. 그러니까 한국여성들이 듣고 자라게되는 험한 말들, 그 멋진 자의식 가꾸기에 방해되는 독약 같은 말들, 몇마디 나눠보자.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기집애가 어디서 건방지게 말대꾸를 해?" "기집애가 눈물도 안 흘리고... 독한 년" "여자애들은 그저 조신하게 있다가..." "야, 이 시건방진 년아, 선배 앞에서 담배를 피워? (뺨을 맞았대나, 의자가 날아왔대나...)" "명태랑 마누라는 그저 사흘에 한번씩..."
언젠가 아침에 첫손님으로 독일가게엘 들어가려다 무의식적으로 멈칫한 내자신을 보며, 도대체 언제적 들었던 얘기가 내 안에 깊이 숨어있었던 건가 놀라며 스스로 혀를 찼었다.

많이 도와줄 수 없을 거 같으면, 일단 말로만이라도 여성을 동등한 인격으로 대해보라고 하자. 어려울 거다, 사람 머리 속에 들어있지 않은 생각이 말로 나오는 거 한두번 연극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내미는 손을 힘있게 맞잡아 줄 사람들이 참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고래님의 글을 읽으며 드는 새로운 질문 하나,
독일의 여성은 진정 우리의 모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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