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유학생 "황금고래"님의 글에 대한 일종의 반박글입니다. 쌈박질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마시구요, 이제 이성관계에 대한 글 두편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먼저, erding님과 안진호님께 감사드립니다.
erding님의 말씀은 구구절절이 옳습니다. 제가 정정당당하지 않은 거 압니다. 말씀드렸지만 답답해서요. 그러니 써놓은 글, 마저 올리고 끝은 맺을 생각이랍니다.
아컴에서 안진호님의 명성이 높은 거 알고 있습니다. 남자분이신 것두요. 여성이 눈 부릅뜨고 공격해올때 마주 노려보는게 아니라, 도리어 위로해 주면 눈물이 뚝뚝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걸 체득하고 계신분 같습니다.
두 선배님께서 이해하고 위로하는 글을 주셔서 힘이 되었습니다. 차라리 "나,너무 속상해"에 글을 올릴 걸 그랬나요?
그리고 detong님!
답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정성스럽게 답변을 썼는데 날려버렸습니다. 나쁜 것 버리고 합리적인 것 적극적으로 배워와야 한다는 님의 의견에 저도 찬성합니다. 아무 맥락없이 독일여자만 못하다고 비난하는 글에 반박하며 앞뒤맥락을 설명하다 보니, 한가지만 너무 강조한 모양입니다. 한국의 남성과 여성이 함께 변해야 한다는 간절한 바램이 있기에 이런 글들을 씁니다. 충고하시는대로 보고 배운 것들 전하려 노력할 겁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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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학생들 경우는 독일인 남자친구와 연애하면서 배웠다고 하지만(독일남자들은 동양여자라면 미쳐 환장한다. 피부가 곱고 쫄깃쫄깃한 탄력이 생고무라나?)..."
"... 물론 이러한 연애는 한국 여자유학생들의 경우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독일남자들이 한국여자들에게 보이는 호감이란 것은 거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것이라서, 한국여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자기에게 달려드는 수많은 독일남자들 중 하나만 골라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내 주위를 보아도 한국여자에게 거의 미쳐 환장하고 있는 독일친구들이 한둘이 아니며, 내가 독일친구들과 나눈 얘기 거의 대부분은 한국여자유학생 공략법에 대한 코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황금고래"님의 홈피에서 퍼옴)
이성관계 - 이 부분은 나의 취약과목인데다가 함부로 일반화하기 무척 어려운 주제라 시작하기 주저된다. 하지만 한 한국남학생의 왜곡된 보고가 불러일으키는 온갖 이상한 뉘앙스들 앞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보고 싶다. 내가 유학생이어서 극구 변명을 해야겠다는게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귄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이 어떻게 그렇게 비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보고 싶다.
정말 흔하고 단순한 명제 하나 들자: 사랑엔 나이도 국경도 없다.
끄덕끄덕? 도리도리?
젊은 남녀들이 함께 모여 수업 받기도 하고 자주 만나기도 하면 국경을 초월해서 사랑이 싹트기도 하는 거, 많은 부모님들의 우려인 거 알지만, 때론 막지못할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한국남자와 독일여자, 혹은 독일남자와 한국여자가 사랑에 빠질 수도 있는 거라는, 그러나 이때 사랑이라 함은 서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정말 기본적인 생각을 먼저 확인하고 싶다.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외국인을 의도적으로 사귀는 것이 내게는 사랑 혹은 연애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내가 보수적인 연애관에 머물러 있는 건지도 모른다. 새로 유학 온 남자후배는 그게 어떠냐고 했다.)
어쨌든 한마디로 이국인과의 사랑의 가능성은 유학생활에 존재하는데, 그러나 한국에서의 연애에도 현실적 제약이 있듯이 이곳 또한, 아니 이곳에서는 특히 그 제약이 훨씬 심하기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들이 더 많을 것이다. 언어소통 (이건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하더라), 낯선 문화끼리의 갈등 (의외로 심각한 경우도 많다, 점점 줄어가고 있긴 하다), 주변인들의 시각, 그들과의 관계 (독일, 무척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적인 면 남아있다), 불확실한 장래의 문제 등등 외부적인 문제들도 만만치 않겠지만, 아직까지 가장 큰 제약은,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자기 검열인 것 같다. 세대차이가 드러나게 될 부분이라 단정짓긴 어렵지만, 30대인 나의 세대들 (유학생 중에 아직 많다), 여자로서 혼자서 유학 나올때까지 포기한 거, 헤치고 넘어선 거 많은만큼 자기 공부에 대한 애착 많고 자신의 삶에 대한 자의식 강하다. 여기와서 부딪히며 보고 배우며 더 강해지기도 한다. 뒤도 옆도 안보고 돈 시간 절약해가며 나이어린 애들 사이에 섞여 열심히 공부한다.독일사람과 연애? 생각도 안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여학생들 근처에서 어떻게든 사귀어 볼려고 미쳐 환장하고 있는 독일남자들이 많은 것처럼 관찰했든데, 내게는 낯선 이야기다. 일반화하지 말라는 말이다. 솔직히 나는 고래님이 어울려 다니는 독일애들의 수준이 어떤 건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지금 남자 사귀고 싶은 맘이 없다는 의식적 무의식적 몸짓신호 (나, 무서운 여자 아닌가?)가 통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은 후 그 면에 대해서는 맘이 편해졌다. 이곳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이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찾아나서는 것에 대해 비교적 솔직한 편인 것 같다. 그러니까 원해서 나서지 않은 사람이 강요당하는 일은 드문 편이다. 낮에는 수수하게 하고 다니던 학생들이 저녁이 되면 꽃단장, 분단장하고, 남자들은 머리감고 로숀 바르고 디스코텍, 파티 등에 참석한다.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드러내고, 자신 또한 눈을 크게 뜨고 상대를 찾는다. 한국인이래도 그러한 젊은이들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한 사람은 이성교제의 길이 열리는 것이고 (독일식 파티에 적응하는거, 한국인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것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몇년을 살아도 자기가 다니던 학교도서관 가는 길만 걷는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 너무 어려서 유학 왔거나 혹은 나이 많아도 주관이나 성적 주체성이 바로 서지 못해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경우들일 것이다.
그 리 고 앞서도 얘기했지만 서로 마음 맞고 정들어 사랑하면 또 어떤가? 요즘엔 꼭 평생을 한국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생각들도 적고, 여성들도 적극적인 눈으로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내려는 경향인 것 같다. 똑똑하고 매력있어서 인기있다면 부끄러운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다. 내가 구차히 우리 세대 얘기를 한 건, 독일에서 공부하는 여학생들을 한마디로 싸잡아 자의식 없고 순종적인, 남성들 욕망의 "객체"로 만들어버린 그 남학생의 어이없는 관찰이 많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독일여자들은 옛날에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마초형 남자, 요즘엔 흑인을 좋아하고 독일남자들은 아시아권 여자를 좋아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속설, 조금은 저질스런 성적 호기심 혹은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이야기이다. 독일인들 자신도 자랑스러워할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엔 유럽에 아시아문화가 유행해서 관심과 호감이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고, 동양여자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어색해하는 남자들이나 괜히 눈웃음지으며 친절 베푸는 할아버지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거 믿고, 그런 식으로 침 흘리는 이국남자들에게 자기 인생 내걸 한국여자가 많다고 정말 믿는 걸까. (사람 사는 세상에 그런 일이 절대 없으리라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그렇게 하라고 권하고는 싶을까. 현실적으로도 독일남자가 얼마나 냉정하고 쫀쫀해질 수 있는지를 안다면 그런 말 함부로 못할 것이다.
색안경을 내려놓고 비틀린 시각도 바로하고, 남성과 여성의 만남을 인격과 인격의 만남으로,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약속이고 결정인 것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학업 중에 독일남자친구를 사귀어 결혼하게 된 여학생을 지칭해서 애초부터 유학목적이 독일남자 하나 잡아 팔자 고치려는 것이었다고 단정지어버리는 무서운 생각들. "생고무같은 탄력"은 정말 이젠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 아주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고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