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유학생 "황금고래"님의 글에 대한 일종의 반박글, 마지막 편입니다. 쌈박질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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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그러니까 한국남자유학생들이 되겠는데, 한국남자에게는 사실상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독일 여자애들이 너무 분명한 자의식을 갖고 있는 데다, 남자가 들어갈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침착하고 완전무결해서, 어떻게 유혹을 좀 해보려 해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 특히나 독일어를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라면 죽은 쥐도 먹어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안면에 철판 깔고 마구 덤벼대는 한국남자들의 무차별한 사교성은 뜻밖에도 독일여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 아주 아름다운 독일여자를 꼬셔보는 것은 적극 권장할 만하다. 그런 여자들은 내가 언젠가 걷어차게 되더라도 다른 좋아하는 놈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별로 걸치적거릴 일이 없으며, 걷어차이게 되더라도 워낙 아름다운 애였으니까 부끄러움이나 후회도 덜하다..."
"독일남자들한테 한국여자 빼앗긴다고 안타까와 하지 말고, 우리도 독일여자들과 연애 한번 해보면 되는 것이다.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치 마도로스들이 정박하는 항구마다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을 만들어내듯이 우리도 국제사회의 풍운아가 되어 최고의 낭만을 한번 구가해보는 것이다. 다만 이것이 국제결혼 기타 복잡한 단계로까지 발전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나도 책임지지 못하겠다. 그것은 개인이 알아서 책임질 문제이기 때문이다." ("황금고래"님의 홈피에서 퍼옴)
나도 너무 딱딱하고 원칙적인 이야기로만 가득찬 세상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남녀의 형식적인 평등을 주장하고 싶지도 않다. 앞의 글에서도 애기했지만 난 여성들의 이중성이 살래 죽을래의 문제로 드러나는게 아니라, 약간의 애교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는 여유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남자들의 유치한 성적 환상, 모이면 여자 얘기하고 떠벌이고 싶어하는 그런 성향을 하하 비웃으면서 포용할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은 웃을 때가 아닌 것 같다, 그들이 던지는 돌멩이에 내가 짓뭉개질수도 있으므로.
고래님의 연애관에는 사랑이 인간의 외모, 외형적 조건 만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이해하거나, 이기적인 목적 (언어를 배우기 위해)을 위해 자존심 버리고 도전해야 할 일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내가 이해하는 사랑의 개념이 무색하기 짝이 없다. 독일여자는 자의식이 강하고 침착, 완전무결(!)해서 정복하기 어렵지만,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죽은 쥐도 먹어삼킬 수 있다는 각오로 철저한 준비와 거짓말로 접근하라는 그의 자세한 조언을 정말 지식인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가. 그런 천박한 언어유희에 희죽거리며 마음을 주고 온갖 거짓말에 눈물까지 글썽일 수 있는게 그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자의식 강한 독일여성인가. 자의식의 의미가 궁금해진다. 그가 내린 지령들은 독일의 분단시절에 동독의 스파이들이 서독 정부에 근무하는 올드미스 비서들을 낭만적인 방법으로 꼬셔서 사랑에 빠뜨리고 정보를 빼내기 위해 수행했던 작전을 생각나게 한다. (작전명이 로미오라 했던가... 어쨌든 그러므로 고래님의 독일여성 파악은 꽤 정확한 면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독일여자들마저 인격을 빼앗고 대상화해 버렸다. 내겐 보수적 성향의 독일여자친구가 있다. 남자친구도 못 사귄 애다. 그 애와 독일여성의 진보성에 대해 대화하다가 고래님의 연애론에 나오는 예문들을 보여줬다. 그애가 너무 충격을 받는 바람에 내가 놀래고 후회했다. "미친 놈"하고 말한 그애는 모욕받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대화를 억지로 시작했다, 소화하기 힘든 것 같았다.
한국인에게 유독 힘든 독일어를 익히기 위해 온갖 투혼을 발휘하는 것,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 정말 권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자기 영혼 팔고 남의 영혼 상처 입히며 이성교제를 하려는 노력이면, 장담하건대 그 노력과 정성이라면 성실한 동성친구들 사귀어 도움도 받고 독일사회도 조금씩 접할 수 있다. 하다 못해 양로원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돈도 벌고 사람도 만난다. 기숙사에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그런 정성 보이면 그 기숙사 정이 넘친다. 언어를 정복하느냐 못하느냐가 이성친구를 사귀느냐 못사귀느냐에 달렸다는 전제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다. 이성교제를 통해 언어자체가 비약적으로 느는 것은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감 있고 표정이랑 성격이랑 밝고, 수다 잘 떨고 유머감감 있고 적극적이면 말 배우고 적응하기가 낫다 (적고 보니 쉬운 일 아니다) 그런 거 못하겠으면 다만 한가지라도 아주 잘하는게 있으면 존경(?) 받을 수 있다. 전공공부라도 열심히 하든지. 살 길은 어디든 있는 법인데...
내겐 다른 의심이 든다. 말은 언어를 익히기 위해 자존심도 뭐도 다 내버린 순교자적 행위처럼 얘기하지만 (언어습득을 위한 여자사귀기란 것 자체가 내겐 이해하기 어려운 거지만) 사실은 여성정복이라는 묘한 이성관이 숨어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한국여자만 빼앗기지 말고 우리도 독일여자 넘겨보자고? 그러다가 발목 잡히지 않도록 적당한 타이밍에 걷어차라고? 이상한 이야기 아닌가? 이성관계가 남자들끼리의 승부관계인가, 월드컵 경기인가?
그런 식으로 정 세계무대를 의식하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한 남성으로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국제급 매력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 봤으면 좋겠다. 그의 충고가 차라리 진정 진보적이고 똑똑한 독일여성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어떤 사고와 행동으로 거듭나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었다면 한국여성으로서 자존심은 상했을망정, 내나라 사람의 위선에 대한 씁쓸함은 덜했을 것이다.
언어도 연마할 겸 이성도 정복할 겸, 자존심을 버려서라도 독일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 몸이 달아있는 남성들은, 자신의 눈높이로 한국여성을 바라본다. 수업 같이 듣는 독일남학생과 같이 걷기만 해도 "어쭈"하는 시각으로 아래위를 살피는 그 눈길. "독일남자애들한테 교정 같은 거 맡겨, 잘해줄걸, 좋아할텐데." "여태 도움 받을 남자친구 하나 못 구해놨어?" 자기가 아는 독일남자애들한테 한국여자의 평판을 싼값에 팔아넘기는 사람들도 그런 이들이다. 그래서 난 그런 남자들과 친한 독일남자애들까지, 그들의 시선까지 기분 나쁘다.
공부하러 왔다가 독일남자 만나 주저앉게 되어 사랑은 얻었지만, 부모님도 고향도 자주 볼 수 없는 입장이 된 사람들, 예기치 않았던 교포의 삶을 살게된 이들에 대해 문득 갖게 되는 연민을 그들은 절대 이해 못할 것이다. 어떨 때 그런 생각이 든다. 한국남성들이 한국여성들 등떠밀고 있다고, 집에 못 들어오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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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렵니다.
한풀이하듯이 혼자 시끄럽게 쏟아부어대서 죄송합니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한편으로 치우친 시각들이 자꾸 드러납니다. 일반화해서 듣지는 말아주세요. 삶에 얼마나 많은 예외가 변형들이 있던가요.
독일에 대해 무르익지도 않은 생각들을 펼친 건 곧 후회하게 될 것 같습니다. 더 보고 생각하고 공부하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깨어있고 움직이려 하고 자신만의 시각에서 빠져나올 줄도 아는,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을 줄 아는 저,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건 삶 속에서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컴이 좋은 곳이라고들 하시던 이유를 직접 체험으로 조금 느껴보았습니다. 읽어주시고 얘기해주셨던 님들, 특히 또리야님, detong님, erding님, 안진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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