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서 줄곳 단독 주택에만 살다가
며칠전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걍 살기 편한곳 찾아서 이사를 했다면
얼마나 기분이 쌩쌩할까만 그게 아니고....
imf로 인해 남편의 사업체가 넘어가는 바람에
몸통 짜르고 팔다리 짜르고 꼬리짤린
어쩔수 없는 상태에서 겨우 울부부 몸만
누울정도인 공간으로 이사한거라...
생각을 하면 참 속상하고 한심한 처지임에도
워낙이 신경이 둔해선지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서울역앞에가면 노숙자도 수두룩한데 뭘...
이게 내 천하태평인 성격였고 안되는건 쉽게 포기를
잘 하는셈이라 까짓거 늙그막에 내 복이
요거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니 맘 편했다.
근데 남편은 세심하고 조금 집착이 강해선지
그게 잘 안되는 모양인거.
그래서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자존심 다칠새라
조심을 해야했는데...
사실은 그게 더 힘들었다.
티비에 남편 동기들이 보이면 전에 같으면
아이구 누구 나오네. 얼굴이 어떻고....
무심하게 비판도 하고 욕도 하고 씹기도 했는데
인제는 그게 안되고 나도 모르게 슬며시 고개를
돌려 버리는거....
그다음은 한숨이고 또 그다음은 남편 눈치를
보게 되는데 그것도 한며칠 계속하니 나 자신부터
못견딜 정도로 짜증이 났다
부부 둘다 야행성이라 늦게 잠이 들고 일찍 일어나는데
머리 바닥에 닿으면 잠들어버리는 나하곤 달리
남편은 그러질 못하고 내내 애궂은 담배만 피워대는거라.
돈은 안생겨도 여전히 바쁘긴 혼자 바쁜 남편을 불러 앉혔다.
"싹 다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거지 뭘 그리 고민하고
미련갖고 그래요?"
평소에 안쓰는 경어까지 사용해가며 남편을 달랬다.
"넌 그리 쉽게 포기가 되냐? 참 성질하나 좋구나"
비꼬는 말같기도 하고 칭찬같기도 한 말을 들으면서
나도 화가 났다.
"그럼 어쩔껀데? 지금 우리가 밥 굶어? 밥 굶냐고?
평소에 맨날 그랬지? 건강만 하면 그게 최고라고?
왜 말하고 실천이 틀리는데..."
자신의 잘나가든 사업체가 공중분해 되는거 물론
아깝고 통탄할일이지만 이미 대세가 기우러진걸
자꾸 집착을 해봐야 스트레스만 쌓일껀데
왜 포기를 못하는지....
나도 속상해 혼자 씩씩거리고 있는데
마침 케이블방송에서 이미자의 노래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옛날 같으면 내가 밖에서 일하고 있어도
울남편 마구 날 불러서
'야 너그 언니 나왔다'
그렇게 느스레를 떠는데 어쭈구리~~~ 오늘은
바로 앞에 있어도 너그 언니 나왔다 소리는 커녕
눈길도 안주고 있다.
대범한척 한 사람도 어절수 없이 충격이 크긴 컸나보다.
"티비 좀봐라. 입 튀어나온 울 언니 나왔는데 왜 암말 안하노?"
전에같음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릴하면서 웃길려고
하는데도 웃지를 않는다.
'아이구 좀 웃어봐라. 울언니 나왔잖아"
이미자가 들었슴 기절초풍하겠다.
글치만 둘다 입 튀어 나온건 좀 막상막하니까..히히.
"감자넣고 수제비 끓여줄까?"
역시 촌사람 근성을 어쩔수 없는지 수제비 소리에
맘이 조금 풀어진데다 결정적인 웃음소리는
음치의 대가인 내가 자신의 18번 곡인 칠갑산을 부를때...
"야. 챠라. 노래 다 배린다"
그리고선 드뎌 푸하하....
애구 그넘의 칠갑산 노래가 저 남자 기분푸는데
일등공신이구만...
인제 맨날 칠갑산 노래나 부를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