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해 여름.
휴가철에 생긴 일이었다.
동해안의 어느 해변에
막 텐트를 치려고 준비를 하는동안
환갑이 넘으신 우리 친정엄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딸 둘과 함께
어느새 수영복으로 갈아입으시고는
고무튜브를 허리에 끼시고 서서
"야! 나하고 애들은 먼저 수영하러 간다
니들은 텐트정리하고 따라와라"
는 말씀을 남기시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며
손녀들과 바닷가로 달려나가셨고
남겨진 우리 내외는
좋아하시며 바다로 달려나가는
엄마와 아이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텐트를 치려니
옆자리에 자리잡은 고등학생들이 우리들을
거들어 텐트치는 일을 도와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우리는 가지고 온 수박을 쪼개어
나누어 주었고
감사합니다!!!
인사도 우렁차게 하고 옆자리의 자신들의
텐트로 돌아간 학생들은 수박을 허겁지겁 먹으며
자기들끼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이거 얼마만에 맛보는 수박이냐?
달다~ 그지?
그나저나 승질 낼 수도 없구 총무 00 땜에 미치겠다.
회비 아낀다고 이틀동안 라면만 먹이더니
이젠 그 비싼 아이스크림으로 매끼를 때우게 하네~
맞어! 그 돈이면 밥사먹어도 되겠다.
그나저나 나머지 이틀을 아이스크림만 먹고 어떻게 살겠노?
아니? 아이스크림으로 식사를 대신한다고?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총무녀석 아이스크림 팔러나온 아르바이트 누나한테 첫눈에
뿅! 가가지고는 시도 때도 없이 우리들까지 끌고가서
그 비싼 베스킨인가하는 아이스크림만 사서 먹이구
밥사달라면 아이스크림이 더 영양가가 많다나 어쩐다나 하며
헛소리하면서 좋아하는 누나와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게 밀어달라니
친구 의리상 밀어는 줘야겠구~
배는 고프고~
아~니들도 미치겠지?
그걸 말이라고? 그녀석 또 그누나한테 아이스크림 사러갔어.
아! 지겨워~
야! 휴가 온지 나흘밖에 안 됐는데 나 이 꼬라지 좀 봐라
완전히 배가 등가죽에 붙어 가지고 얼마나 처량해 뵈는가~
참! 못말리는 친구들이군,
남편과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웃으며
피식거리고 있는데 5학년 딸아이가 텐트로 돌아왔다.
"왜 벌써와?
할머니하고 동생은 어쩌구?"
"물안경 가지러 왔어요. 바닷물이 짜서 눈에 물이 들어가면
너무 아파서요"
"그래, 빨리 챙겨가지고 가~"
부스럭거리며 딸아이가 물안경 ?는 것을 거들고 있자니
수박 한조각을 들고 해변으로 갔던 옆집 학생중 한명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며 소리지르고 있었다.
"아저씨! 할머니랑 애가 바다에 빠졌어요!!!"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놀란 우리는 바닷가로 달려 나갔고
그 때 마침 구조대에 구조된 우리 엄마와 딸아이가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가지고 갔던 튜브의 공기는 절반쯤 빠져서 엄마의
통통한 똥배위로 늘어져 끼워있었고
어깨가 축쳐진 모습으로
딸아이의 손을 잡고 배에서 내리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된거니?"
딸아이에게 물으니
"언니가 물안경 가지러 간 사이에 내가 할머니 쥬브를 잡고
물장구치면서 가고 있는데
할머니가 불안하니까
발가락으로 땅이 닿나 안닿나 더듬어 보셨나봐~
당연히 바닥에 발이 닿으려니 생각했다가
발가락이 땅바닥에 안다니까 할머니 겁이 나셨는지 갑자기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하고 소리를 지르시쟎아~
할머니한테 ?I챦다구 그러구 있는데
어느틈에 구조대원 아저씨들이 우릴 구하러 온거있지?
근데 할머니가 뭐라시는 줄 알어?
"야! 이거 타고 나가면 돈줘야 되니까 우리 그냥 헤엄쳐서 가자!"
그러시는 거있지?
돈? 무슨 돈?
아저씨들이 황당해가지고
"야!꼬마, 너만타라!"그러시는거야~
그래서 내가 할머니하고 안가면 나도 안간다고 했더니만
아저씨들이 어이없어 하면서 우릴 배에 태워가지고
이곳으로 데려다 주셨어~"
아이의 설명에 어이없어 하면서
남편은 수고하신 아저씨들에게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댔고
무안함으로 홍당무가 되신 우리엄마는 아무말도 못하시고
발가락으로 모래바닥만 살살 긁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터져나오는
웃음을 어쩌지 못하고 그만 나는
모래바닥에 주저 앉아
으흐흐흐~
눈물을 흘리며
배에서 쥐가 나도록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