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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 무서워 문닫는 학교 (펀글)


BY richard 2001-05-11


학부모들의 촌지에 대한 사회 일부의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오는 스승의 날과 이를 전후해 자율 방학을 실시한다는데


오마이 뉴스의 최원호 기자 글입니다.
공감가는 내용이라 퍼 왔지요.


최근 몇 년간처럼 교사들의 인기가 추풍낙엽 지듯 곤두박질친 경우도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모름지기 '선생'이라면 교육계를 대표하는 것으로 교육일선에서 선봉자의 역할과 기능을 감당해낸 집단이였다. 이러한 선봉자가 언제부터인지 불분명한 역할로 기피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뭔가 석연치 않는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의 모습과, 사도에 대한 사명자로서 교사의 모습은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확연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자의 위치에서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안정된 직장이라는 '철밥통'에 매력을 느끼며 촌지 챙기기에 급급하지만, 후자의 입장에서 교사는 진정한 사도로서의 삶을 살아가려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발버둥치며 기어이 제자들 앞에 떳떳한 삶의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구조조정대상이 된 사실은

물론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몇 년 사이에 교직 풍토를 어지럽히는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음을, 교사나 학부모 모두 냉정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구조 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조정의 주체가 아닌, 조정대상 제1호가 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교사는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또한, 이시기를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부 계층에서는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한, 정리 대상이 교직 사회라는 비난을 스스럼없이 외치기도 한다. 이는 객관적인 판단보다 주관적인 견해에서 본 비판의 목소리지만, 교직과 교육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새겨들어야 할 의미심장한 말이다. 더구나 지금의 시기는 교원들의 활동 자체가 정치활동 및 기타 목적 쟁취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때가 아니라, 진정한 교직 발전과 참교육 실현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뭐 무서워 장 못 담그나 ?

우스꽝스러운 일 중의 하나로, 어떤 교육자치 단체에서는 스승의 날과 이를 전후해 자율 방학 일을 정하고 휴업하는 것에 대하여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 학생, 교사,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찜찜하고 곱지 않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유인즉, 학부모들의 촌지에 대한 사회 일부의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것처럼 촌지 갔다 줄까봐 스승의 날을 휴업하다니, 이런 한심한 일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나?,

그렇다면 병무청은 군대 안 가려고 돈 가방 들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일년 내내 '연중휴무'를 내걸어야 한다. 물론 군대 면제를 위해 비리를 행한 사람들은 언제 잡혀갈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테니, 마음 같았으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군대가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아무리 '티끌 모아 태산'이라 할지라도 초등학교 촌지 모아봤자, 박모 원사의 병역면제 한 건에도 못 미칠텐데... 그와 같은 소액의 감사와 정성이 담긴 촌지 때문에 치사하게 행정당국에서 친절한 서비스를 베푼답시고 호들갑 떠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촌지를 갖다 주라는 것은 아니며, 이로 인하여 교사의 위상과 정체성 자체를 말살하려는 것으로 교사들의 얼굴에 침 뱉는 것인 줄도 모르다니, 안타까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 학부모를 깔보아도 유분수지, 신세대 학부모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이런 유치한 작전을 핀단 말인가. 이미 촌지를 전해줄 사람은 벌써 배달이 끝난 상태인 줄도 모르고 이러한 취지의 휴업은 결국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려도 한참 떨어뜨리는 처사로서, 교사의 위신을 완전히 구겨버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교사를 매도하니까, 훌륭한 교사들이 교직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교육을 바로 세우려는 정부의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일반 대중이 바라보는 '촌지 받는 교사'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에서부터 안정된 교직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참된 교사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솔선하는 모습들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부모들이, 교사가 가르치는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 몇 푼 안 되는 촌지에 사도의 올가미를 조이는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건전한 교직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면, 촌지 무서워 문닫는 학교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