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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자


BY 나의복숭 2001-05-13

반찬꺼리를 산다고 모처럼 시장을 갔었다.
백화점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상품을 진열해놓진
않았지만 길거리의 난전을 이리 저리 돌아가며
물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찮다.
이게 사람 사는 냄새겠지.

어느 상점앞에 왔을때였다.
다리에 고무 장화를 신고 애들 썰매같은걸
타고선 엎드려서 밀고 나가는 여자가 보였다.
바구니속엔 나프타린. 실. 아쑤시게 같은
잡동사니를 싣고서...
한손에는 마이크를 들고서 노래를 부르는데
가만히 들으니 동백아가씨란 이미자의 노래였다.
이미자가 누군가.
내 언니되는 사람이라고 티비만 나오면 울남편이
날 부르는데...
남들으면 진짜 언닌가 생각하겠지만
진짜 언니면 얼마나 좋으랴.
그 성량 동생이 쪼금이라도 물려 받으면
입만 뻥긋하고도 돈이 우루루 쏟아 들올껀데...
같은입이라도 내 입은 걍 피도 안되고 살도 안되는
싱겁한 소리나 하는 입이고.영양가도 없는 입.
움직였다하면 배고프니 돈을 버는 입이
아니고 돈이 들어가는 입이다. 하하.

마침 이쑤시개랑 면봉이 필요하길래 잘됐다싶어
그 여자 노래만 끝나길 기다렸다.
이미자나 나처럼 입도 안나왔는데 노래는 엄청 잘한다.
(하긴 난 입이 나왔는데도 음치다만..)
입마다 참 고유의 재주가 있나보다.
이윽고 노래를 다 끝내길레..
"저요 이쑤시게랑 면봉 주세요"

제 2의 이미자는 검은 봉투에 물건을 넣어주는데
얼굴을 봤드니 화장을 아주 곱게 했었다.
모자밑에 가려서 여태 얼굴이 안보여 못봤는데
인물도 내 열배쯤은 더 좋다.
근데 다리가 왜 저럴까?
난 못난 대신 다리가 멀쩡하니 다행이랄까?
"고맙습니다"
물건을 주고 받으면서
누가 먼저랄것도없이 두사람이 동시에 인사를했다.
그러니 심심한 내 입이 가만 못있고
"아이구 울 둘이 동시에 고맙다 글캤네"
그리고는 막 웃었다.

예의 그 여자도 한옆으로 비켜선 따라 웃는다.
두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김살 없는 웃음이
가슴에 와닿을정도로 찡하고 또 맘이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필요도 없는 파리채도 하나 더사고
5000원짜리 낸거 다 채울라고 이태리 타올도 샀다.
"피곤하겠네요."
내 말과 동시에 띠리릭~ 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손폰이 울렸다
난 당연하게 내건줄 알고 가방속을 얼른 뒤졌는데
그녀가 웃으면서
'내꺼예요"
그러면서 자신의 포켓에서 휴대폰을 꺼내는게 아닌가?

옴마야.
사실 내가 말은 바로 하는데 좀 놀랬다.
그녀를 무시해서가 아니고 행상. 그것도 불편한 몸으로
남들이 꺼려하는 동작으로 물건을 파는데 포시랍게
핸드폰이 뭔 필요 있나싶은 시건방진 생각였다.
"당신 많이 팔았어? 응. 난 30000원어치 팔았어"
아마 그녀의 남편에게서 온 전화였나보다.
또 한번 기절할 정도로 놀랬다.
결혼을 했구나. 저 몸으로..
그녀의 다리를 다시 살짝 쳐다봤다.
분명히 허벅지 있는데서 시커먼 고무 장화
비슷한걸 신었는데....
내 머리 속엔 온갖 상상이 다 떠올랐다.
뭔 상상이냐고?
몰라. 나도 몰라. 매누리도 몰라.

근데 사실은 너무 안쓰러웠다.
그런몸으로 집안일등 여자몸으로 할건 다해야하니.
심심하믄 울 엄마 아부지가 날 좀더 심혈을 기우려서
이쁘게 만들지 않았다고 불평했는데
육신 멀쩡하게 낳아준것만도 감사드려야겠다.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얼마 팔았다고
행복해하는 그녀모습이 내내 눈앞에 어른거렸고
나는 그녀보다 조금 더 행복한거같아서
남편에게 감사하는 맘까지 생겼다
역시 난 현모양처다워.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