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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푸른 안개.....펐어요.


BY 솔베이지 2001-05-22

이신우(23세) 스포츠 댄스 강사 - 이 요 원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는 신우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아버지의 유난스런 딸 사랑은 동네에서도 유명했을 만큼 부녀 관계는 특별했다. 발병 직전까지도 그는 신우와 한 목욕탕에서 목욕을 했고 밤에는 신우를 옆자리에 눕히고 팔베개를 베어 재웠다. 등산과 낚시를 좋아했던 그는 휴일이면 혼자 조용히 있기 좋아하는 아내 대신 딸을 데리고 산으로 가거나 낚시터로 갔다. 아내조차 신우가 틀림없이 전생에 남편의 애인이었을 거라면서 부녀 사이를 질투했다. 그렇게 딸에게 사랑을 퍼부었던 아버지는 위암 선고를 받은 지 6개월만에 세상을 떠났다 . 평생 감기 한 번 앓지 않은, 무쇠처럼 단단한 몸을 가진 아버지였지만 암과 싸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었다.. 6개월을 투병하는 동안 그는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 돼 버렸고, 결국 37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12살의 신우는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막막했다. 그녀는 엄마를 믿지 않았다. 믿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엄마를 증오했다. 엄마는 아버지를 배신한 여자였다. 딱하게도 엄마는 아직까지도 딸 신우가 아무 것도 모르리라 생각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엄마가 동네 전파사 남자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신우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병석에 누워 있을 때 유난히 신우네 집 냉장고며 TV는 고장이 잦았다. 그때마다 엄마는 전파사 남자를 불러 댔는데 전파사 남자가 집에 올 때마다 신우는 엄마에게서 돈을 받고 만화가게로 쫓겨났다. 그리고 어느날 신우는 엄마가 그 남자를 부엌이나 거실이 아닌 아랫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안방에 남편을 눕혀 놓고 외간 남자를 아랫방에 끌어들인 엄마.엄마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아버지에게 더욱 집착하게 만들었을까 ? 중년 남자를 보면 아직도 신우는 아버지를 떠올린다.



윤성재(46세)엘씨 전자 사장 - 이 경 영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붙잡은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윤성재. 그런 윤성재도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만난 초로의 남자가 자신의 모습이라는 데에 충격을 받는다. 한참 때처럼 일에 대한 열정도 식고 아내와의 잠자리도 언제였는지 아내가 샤워만 해도 몸이 사려지는 자신의 모습에서 젊음이 속절없이 멀어져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건강만은 문제없다 자신했지만 최근엔 그것조차도 전과 같지 않다는 걸 느낀다. 희끗희끗하게 늘어나는 흰머리, 허리띠 밖으로 삐져 나오는 아랫배.... 몸매만 변한 건 아니다 . 돋보기가 아니면 잔글씨가 보이지 않고 오후가 되면 뒷목조차 뻣뻣해진다. .
이제 자신이 절대 젊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없다 . 유일하게 즐기던 골프도 어깨가 고장나 휠드에 나갈 수 없게 되자 아내 노경주와 선배 박진수 강요로 스포츠센타에 등록한다 . 그리고 스포츠센타에서 그는 갓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싱싱한 스물 세 살의 젊은 이신우를 만난다.
꼭 자신의 나이에서 절반밖에 되지 않은 여자. 결벽하다 싶을 만큼 깔끔한 그는 평소 외도라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했고 더군다나 자신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리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그런 그에게 젊은 신우는 눈부시고 경이롭게 다가온다.

김민규(25) - 김 태 우

신우의 남자 친구. 대학생 부유한 집안의 아들인 그는 겨울이 되면 스키장에서 살아야 하고 여름이면 윈드써핑을 즐기는, 인생에 별 고민이 없는 요즘의 젊은이였다. 신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신우가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손님과 점원 사이로 알게된 이후 신우에게 점점 빠져든다.
그러나 신우는 민규를 친구 이상 생각해 주지 않는다. 신우로서는 민규를 자신이 사는 세상과 별개의 세상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민규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다 믿을 수도 없었다. 잘생긴 외모와 좋은 집안 탓에 그가 손짓하기만을 기다리는 여자들이 줄을 서 있는데 무엇이 아쉬워 자신과 같은 사람을 사랑할 것인가? 신우는 민규를 어린애 취급하면서 반쯤 장난하는 기분으로 만나고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 어떤 여자도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곳으로 다 끌고 갈 수 있었는데 만난 지 2년이 다 돼 가도록 신우는 손도 잡혀 주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콧대와 자존심, 그 당당함에 민규는 점점 신우에게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있는 집안 여자애들의 속됨 속에서 신우는 너무나 빛나 보였던 것이다. 그런 신우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그것도 가정이 있는 중년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 된 민규는, 신우를 구하는 길은 신우와 결혼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노경주(42세). 윤성재의 아내


갤러리 경영.(성곡 미술관같은) 아버지를 잘 만난 덕분에 유년 시절부터 풍족하게 자랐고(아버지는 그녀가 대학 1학년때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극성으로 비싼 과외수업 열심히 받아 명문 여대 영문과를 입학해 무사히 졸업했다 . 미모에다 지성과 교양까지 겸비한 그녀는 그룹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성곡미술관 같은)의 책임을 맡고 있다 . 까탈스럽고 이기적이고 늙어가면서 점점 어린애가 되어 가는 어머니 송여사로 인해 때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 영리하고 깜찍하고 의젓한 딸 주영은 이제 엄마의 친구가 돼주고 있고 남편마저도 결혼해서 단 한 번 그녀의 속을 썩인 적이 없으니, 그녀 자신의 여유 있고 평탄한 인생에 감사할 뿐이다 주영을 낳고 두 번째 가진 아이를 유산한 뒤 자궁 절제 수술 (자궁 근종으로 인한 )을 받은 것이 17년 결혼 생활에서 큰 상처라고 할까 ? 그러나 그것마저도 남편 윤성재는 크게 괘념치 않아 현재로는 다 잊혀진 일이다. 노경주에게는 윤성재가 모르는 일이지만 결혼 전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다. 대학 1학년 때 복학생인 그 남자를 만나 4년간이나 열렬하게 사랑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결혼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아버지 없는 집안, 6남매의 장남이었던 그 남자는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을 이끌어야 했고 많은 동생들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혼처로는 최악이었다. 어떻게든 무남독녀를 권세가의 아들과 짝 지워 그럴듯한 사돈을 갖고 싶은 송여사의 허영이 가난한 집안 6남매의 장남에게 딸을 줄 리 없었다 송여사는 거의 필사적으로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들었고 윤성재를 만난 것은 첫사랑 남자와 헤어진 직후였다. 최승미는 노경주의 남편이 신화그룹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편 박진수의 고등학교 후배면서 기획실에 근무하는 윤성재를 처음부터 찍어 놓고 노경주에게 만나라고 성화를 댔다. 윤성재는 집안. 학벌, 인물, 직장.... 모든 것이 무난한 남자였다. 송여사도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첫사랑 남자 때처럼 목숨을 걸고 반대하지는 않았다. 첫사랑과 헤어지면서 어떤 다른 남자도 뜨겁게 사랑해 결혼할 순 없다 마음을 닫아버린 때문이었을까 ? 그녀는 윤성재의 청혼을 쉽게 받아들였고 만난 지 3개월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17년을 문제 없이 살아왔다.



조상만(58) - 주 현

신우의 계부, 오영희의 재혼한 남편. 화훼 농장을 하는 그는 전처와 사별하고 9년 전에 오영희와 재혼했다. 처움 만났을 때 오영희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어 자신이 어떻게 해주지 않으면 금방 죽을 것만 같은 연민을 갖게 했다. 그런 연민이 아니었으면 몸도 약해 보이고 자신의 아내로서는 지나치게 예쁘고 젊은 그녀와 선뜻 결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재혼 당시 대학생이었던 두 아들은 지금 결혼해서 직장에 다니고 두 내외만 농장에 살고 있다. 우직하고 말이 없지만 넉넉하고 따뜻한 사람이어서 아내 오영희를 잘 감싸주고 신우에게도 잘해주려 애쓴다. 그러나 신우가 쉽게 다가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본인도 자신의 마음을 신우에게 잘 표현하지도 못해 만나면 늘 어색하다.


오영희(44)

신우의 엄마. 아버지 없는 집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녀는 가정 형편상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고 상업학교를 졸업한 뒤 곧장 은행에 취직했고 은행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타고난 미모와 조용하고 얌전한 성품으로 은행에서도 동료인 남자 직원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남편(신우 아버지)은 건강하고 따뜻하고 명랑한 남자였다. 만나면 그녀를 웃겼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줬다. 그와 결혼하면 고생은 하지 않겠다 싶어 다 남자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남편을 택했다 . 결혼생활은 행복하고 후회 없었다 . 남편이 위암 선고를 받기 전까지는. 남편이 딸 신우를 낳고부터 자신보다는 딸에게 더 애정을 퍼붓는게 불만이라면 불만이었을까 ? 그녀가 33살에, 그 가을에 무쇠처럼 단단한 남편은 위암 선고를 받았고 34살 봄 그녀는 남편을 잃었다. 남편이 병석에 누워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이 과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나 절망스럽고 공포스러웠다. 남편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며 혼자서 어떻게 신우를 키울 것인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고 막막했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진정으로 위로 받고 싶었다. 전파사 남자는 그녀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 막막한 절망 속을 빠져 나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남자의 유혹을 위한 상투적인 위로에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그녀는 거의 자기 정신이 아니었다. 남편이 죽자 그녀는 문득 정신이 나서 급히 이사를 서둘렀다. 전파사 남자를 꿈에서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승미(42)

노경주의 중학교 때부터의 친구. 스포츠센타 운영 .중 2때 짝으로 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가깝게 지내다가 결혼 후 멀어졌는데, 남편의 후배 윤성재를 노경주에게 중매해서 결혼하게 한 인연으로 가족같은 관계가 됐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캐나다에 유학 가 있고 43평 아파트에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다. 평범한 공무원의 1남 2녀 중 맏딸로 태어나 어렵게 대학을 마친 그녀는 생활력이 강하고 현실적이다. 구조조정으로 남편이 실직하자, 남편의 퇴직금으로 스포츠센터를 차리고 알뜰하게 운영하며 재도약을 꿈꾼다.
오랜 시간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노경주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없지 않다. 그녀가 보기에 노경주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인 아버지, 교육열이 높은 어머니, 빼어난 미모, 사업적 능력, 실력있고 애처가인 남편까지. 하느님은 왜 자신에게는 인색하고 노경주에게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주셨는지 경주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쓰리다.


박진수(50)

윤성재의 고등학교 선배. 낙천적이며 소탈하고 좋은 게 좋은 성격에 자칭 훼미니스트다. 출세에 대한 야망도 없고 돈에 대한 욕심도 없고 룸쌀롱 여자는 다 자기 애인이다. 그 때문에 실속도 없이 아내에게 바가지를 많이 긁힌다. 그런 그도 회사의 구조 조정에 밀려(신우에게 정신을 뺏긴 윤성재는 선배 문제에도 구경꾼이었다 ) 하루 마침에 실직자가 되자 인생에 허무를 느낀다. 50이란 나이는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에도 그대로 앉아 늙기에도 어정쩡한 나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여자 근처에도 가지 않던 윤성재를 그는 어디가 좀 모자라거나 잘못된 사람이라고 생각왜 왔었다. 그런데 막상 윤성재가 젊은 여자에게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당황한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 그 나이에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젊은 여자를 진짜로 사랑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 바람은 아내 몰래 잠깐씩 살짝 살짝 피우면서 즐기는 게 묘미가 아닌가 ?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젊은 여자와의 사랑에다 인생을 거는 윤성재의 어리석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끝까지 윤성재의 편에 서서 노경주를 설득하고 이신우 타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