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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하면서 (23)


BY 보문할매집 2001-05-29

5월 26일 토
시위 34일, 노숙 60일째

오늘은 좀 일찍 끝냈다.
시청앞에서 내남 가는 길이 먼곳이 아니건만
마음이 급하다. 밤새 어머님께서 교도소 바닥은
시멘트란다라고 앓아대는 바람에 잠도 한숨 못잤다.
저 높은 울타리에 내 남편이 있을 줄이야.
20년을 함께 살아 오면서 오손도손 살았다.
워낙 심성이 착하고 바른 사람이라서 남편때문에
속을 썩어본 일이 없었으니.

내남 교도소 직원들이 생각외로 친절했다.
그동안 무섭다고 느꼈던 것은 편견이었구나.
바닥이 뭐냐고 먼저 물었더니 나무란다.
어머니가 맘 좀 놓으시려나...

그가 나왔다. 또 빙그레 웃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저 가슴속에 흐르는 피눈물을.
막상 바라보면 제대로 말도 못하다가 돌아서면
잊어 버린 말들이 생각난다.
'고추는 잘 자라고 있고,당신이 구속 되기 전날에
심었던 콩도 싹이 났어요. 수박 참외는 다 살았는데
오이는 몽땅 죽었어요. 나무들은 키가 엄청 컸고
붓꽃이 예쁘게 마당 가득 피었어요. 또 도라지도
참 많이 자랐는데 보고 싶지요?

당신 아들이 학교에서 선행상을 탔고 이번 중간고사
에서 5등을 했대요.
아빠를 한 번 뵈러 가면 안되겠냐고 하던데 어떻게
할까요? 당신이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다 했어요.
아이들이 아빠 건강 하시라고 꼭 좀 전해 달래요.
그리고 사랑 한다고'
다음에 또..
*바람소리님!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