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일기
아파트에 이사온지 1달이 넘었지만
고소 공포증이 쪼매 있는 나는 아직도 맘놓고
밑에를 확 못내려본다.
방충망을 친 창문을 손으로 다시 한번 더 확인을 하고선
것도 한걸음 떨어져서 위에서부터 천천히 조금씩
내려다보는데 볼때마다 꼭 아래로 휘뜩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앗찔하다.
그래 울 남편이 창문을 열어놓고 그기서 담배를
피운다거나 하면 난 80살 먹은 엄마기분이 되어서
빨리 창문닫으라고 큰소리를 친다.
그러면 재깍 닫느냐고?
천만만만. 콩떡 팥떡이지.
그정도 마누라 말 잘듣는 사람같음 내가 여기 있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들은척 만척이다.
언젠가 담배를 하도 피워서 내딴엔 남편을 위한다는
거룩한 맘으로
'담배는 폐암의 원인이 되고 자꾸 피우면 이 좋은 세상
오래 못산다'
도덕 선생님 흉내를 내면서 글캤드니 이남자왈
'박통은 15분마다 한대씩 피워도 담배때문에
죽진 않았어'
말되는 말을 해야 안답답지.
그래서 담배에 관한한 두손 두발 다 들고선
피우고 싶은데로 마르고 닮토록 피워도 걍 둔다.
안둔들 어쩌겠나만...
어제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든 남편
내가 커피 테우다가 휠끗 보니 베란다 문을 열고
상체를 거의 밖으로 내밀고선 먼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구 떨어진다. 문닫고 쳐다보자'
나도 같이 쳐다는 보고 싶은데 밑에만 내려보면
아찔해서....
'등신, 뭐가 그리 겁나냐?'
핀찬아닌 핀찬을 듣고 보니 자존심도 쪼매 상한다만
그래도 내몸 보호는 내가 해야지.
고소 공포증은 아무나 하나. 히힛
쇼파에 앉아있는데 배란다에 있는 남편은
돌아설줄을 모른다.
뭔 야경을 그리도 오래 보노.
내사 5분만 봐도 머리 아프드만.
혼자 앉아있기 심심해서 슬슬 남편옆으로 접근해갔다.
'뭐 그리 볼게 많은데..?'
그러면서 뒷판을 슬쩍 기대었드니
어랍쇼! 대낮같음 사람들 본다고
바짓가랭이 움켜쥐는 심순애를 떨쳐버리는 이수일같이
'놔라. 놔라'
할껀데 가만히 있다.
역시 울 남편은 어둠에 약한 사람이여. 히히.
남편 등판은 단단하지만 푹신했다.
앞으로 지겹도록 기대어야할 등판.
요사이 자신의 환경이 많이 바뀌어 의기소침해
있는거 같아서 안스럽다.
그래서 사실은 잔소리할게 있어도 연민의 정이 느껴져서
그냥 입다물고 가만히 있는데...
(이렇게 착한 마누라가 세상천지 어딧겠노만 알아줘야말이지..)
(남편아
돈 못벌어줘도좋으니 걍 옆에 있어만 줘라.
이렇게 내한테 뒷판 대어 주는것만해도 난 든든하고
좋기만하다.
우짜든동 오래살자.
아직 등 가려울정도는 아니지만 몇년후 등 가려울때
내 등에 손넣어서 등 긁어줘라.)
남편이 등 대어주는게 감격시러버서
나혼자 요렇게 기특한 생각하고 있는데
이 남자의 결정적인 한마디!
'야. 비켜라 더버죽겠다'
에구 세상에....무드라곤 파리 눈썹만큼도 없네...츳츳
난 이런남자 데불고 오늘도 씩씩하게 살고 있다.
남편일기
이것 저것 생각하며 앞으로의 일을 구상하니
맘만 앞서고 뭐가 뭔지 통 정신을 못차리겠다.
그래서 느느니 애궂은 담배뿐이고....
마누라의 조심스런 잔소리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다.
국수가 먹고 싶다고했드니 아예 내가 좋아하는
손국수를 밀어서 끓여준다.
자신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과잉친절을 베푸는 이유를 내 알지.
우짜든동 많이 먹고 힘내라는 뜻인줄
바보천치인들 모르랴.
건강을 생각해서 담배를 끓어란 소리 지겹도록
들었건만 술을 안먹는데 담배마저 끊는다면
뭔 낙으로 살랴.
근데 요새는 끊어란 소리도 하질 않는다.
니 살고 싶은만큼 살아란 소린지.
이상하게 끊어란 소리 안하니 문득 끊어볼까싶은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사실은 하루 2갑이면 엄청난 량이다.
끊을려면 단호하게 끊을수 있지만 줄이는건 참 힘들다.
그래도 나이가 나이인만큼 인제 조금씩 줄여볼 생각이다.
아침에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들고 오는 마누라.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하는말.
'그 이상타. 담배인삼공사서 표창장이 안오나?'
역시 웃기는 마누라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