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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하면서 (28)


BY 보문할매집 2001-06-04

6월 1일 금
시위 40일, 노숙 66일째

고추밭에 들어가면 생명에 대한 감탄을 하게된다.
봄이 되었건만 철거를 당하고 경황이 없다보니
고추모를 사놓고도 며칠이 가버렸다.
겨우겨우 심고 났는데 남편이 수감 되고 말았다.
땡볕 속에서 곧 죽을 것 만 같더니 물을 주고
정성을 들였더니 지금은 꽃이 피었다.
대를 단단히 박고 줄을 쳐서 고정 시키고
올라온 풀도 뽑고 다독여 주었는데 이번엔
소독을 해야 한단다. 산너머 산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에 좀 잘 봐둘걸.
소독통을 들어 보니 빈통만도 어깨가 빠질것 같다.
할 수 없이 면회 가서 물을 수 밖에.
'농약은 어디에 있느냐, 어떻게 섞어야 하느냐'고
묻고 나니 둘이가 참으로 기가 막힐 뿐이다.
"너무 무리 하지 말고 그냥둬"
"지금 우리가 땅밖에 더 있나! 뭐라도 심어서
먹고 살아야지. 지금 소독 안하면 헛농사라던데!"

아! 괜히 심통을 부리고 나왔다.
혼자서 농사까지 지으려니 지치고 있나보다.
내가 시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난다는 사람인데...
다시 돌아가서 괜찮다고 씩씩하게 말할까?
그러나 하루에 한 번 뿐인 면회 시간.
후회만 남는다.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