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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벙개


BY jerone나나 2001-06-05

-어떤 벙개-

대화방을 종횡무진하며 통신에 빠져 살았을 때가 있었지요
그리 오랜 역사는 아니지만 한 1년은 그렇게 지냈습니다
통통 튀는 대화가 재미있고 어딜가나 유머와 재치로 인기'짱'을 누렸으니 궁금한 사람도 무지 많아서 고르고 골라 한 두 사람씩 만났답니다
와글와글 '떼벙개'장소에 나가보기도 하고 단둘이 오붓하게 데이트도하고, 지나는 길에 들려 사람을 만날때는 5-6명 떼지어 나를 기다리기도 했지요...

남들은 나이에 맞지않게 무슨 망칙한 짓이냐고 비웃을지 몰라도 참 재미있었답니다
이나이에 통신을 한다는게 뭔가 앞서 가는 느낌이고, 머리회전과 말발과 손가락이 잘 움직여주니 하는 것 아니냐며 나름대로 뽐내며 그렇게 세월을 보냈지요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많지만 평생 못잊을 웃기는 벙개스토리가 있습니다
통신에서 만난 부산사람들과 가족단위로 만나 건전한 교제를 나누며 여행길에 오른 한 가족을 공항에서 배웅하고 함께 배웅나온 '뿌리'[대화명]아우와 둘이만 남게되니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고해서 건수를 만들었답니당

공항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마침 점심시간이고 옷도 잘 빼입고 메이크업도 예쁘게하고 나왔으니 가까운곳 누구라도 만나 점심같이 묵을까??? '호호헤헤 그래요, 언니! 잼있지롱롱롱... 하하호호'

모르는 사람 만나는데는 몇가지 조건이 있죠 물론
내게 관심있는 사람이여하고, 그사람의 직업이나 직장이 확실해야하고, 나도 어느정도 좋게 생각되어야한다!!

뿌리와 나나에게 선택된 한사람은 어느대학에 근무하는 대화명 '모닥불' 45세 서울남자.
유머와 센스가 탁월하고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였지요 [좋게 말해준당]

점심약속을 하고 학교에 찾아갔습니다
마침 '모닥불' 일명 딱뿌리님은 동료 교수님들과 월모임이 있는 회식날이였어요
얼떨결에 그분들의 회식자리에 함께 낑기게 됐고 워낙 황당한 자리라 적당히 소개를 해야는데 즉석해서 닥불왈 '우리들 고등학교 동창이라해요.. 알았죠! **고교 동창생!'
뿌리는 41세 서울여자 나나는 50세여자. 닥불은 45세 남자,,, 10년을 왔다갔다하며 동창연기를 해야하니 얼마나 웃겼겠어요.. 하하

그 더운 여름에 가슴까지 두근두근 콩당콩당 뛰면서 등줄기에 식은땀 비지땀을 있는대로 흘리면서 아구찜을 꾸역꾸역 묵으면서,,,, 흐이구... 정말정말!!! 지금 생각하믄 웃겨서 몬사러,,,

옆자리에 앉은 털보교수님은 뭐가 그리도 궁금한게 많으신지 쉴새없이 질문을 던지고,, 맞은편에 앉은분은 계속 '장** 공부 잘했어요? 정말이예요?'
'맨날 백화산에만 소풍 다녔어요?'

나나: '예~ 백화산에만 소풍갔어요~ 딴데 뭐 갈데가 있어요~ 시골이니까'
[사실은 나나 백화산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그날 첨 들은 산이였음]
나나:'장교수는 공부는 잘했어요,, 아이들을 잘 때려서 글지.. 히구~ 말썽재이!'

털보교수:'나 그동네서 군생활을 했는데~ 바닷가에서~ 어쩌구저쩌구~~~ '

나나: '(하구,,,,클났음.. 그동네 지리도 모르는데 군생활했다고 아는척하믄 죽음이얌)... 네~~ 그러셨어요.. 그럼 동네 잘~ 아시겠네요~~~'

다른교수:'이렇게 나이들어 여자동창들이 찾아주면 얼마나 좋아! 그참!! 장교수는 복도 많어'

나나:'그러게 말이예요~ 왈가닥이 인기는 있어가지구~'

급기야 뿌리한테서 쪽지가 전해왔어요
모닥불; 쪽지를 펴보고 '씨~익' 웃으며 내게 쪽지를 건네주는데 [언니~ 말대답 좀 그만해요...자꾸만 경상도 사투리억양 나오잖아요,,, 딱부리는 충청도란말예요~ 쉿!] 움하하하하

그러자 때 맞춰 털보교수가 물어요
'근디~ 장교수는 충청도사람인데 이분은 경상도말을 쓰시네요~ 고향이 다르신가~~요~'
급해진 딱불... [그때까지는 가만 있다가]

'야~가 경상도남자한티 시집을 가더니~ 영~ 문디 다 돼부렀네유~~'

하하호호헤헤헤 그냥 웃음으로만 일관하며 때우다가 나왔지요
식사가 끝나고 나오면서도 인사치레로 모닥불은 털보교수님을 자꾸만 차마시러 같이가자하고 우리는 따라올까바 가슴이 아직도 쿵쾅거리고,,,
근데 글세 털보교수님이 못이긴척 따라오는거 아니겠어요,,, 흐이구메.... 난리아녀..

나나-털보교수님께 선수를 쳐야했어요 '교수님 안녕히 계세요~~~' [허리꿉뻑^^]
그리고는 딱불을 잡아땡겼지요 '너 따라와바!!! 교수님 업어오지마!!' 함서 끌고왔어요

위기모면!
그날 찻집에서 뿌리와 나나는 다른 이야기를 할수도 없었어요
너무너무 웃기고 가슴두근이 가라앉지도 않고.....
딱불은 그렇게 태연~한척!! 능청을 떠는건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잼있다고 웃기만 하다 왔습니당
그 벙개후유증으로 나나는 지금 떼벙개 단둘벙개 그 어떤 벙개도 하지 않고 조신합니다
대화방도 안가고 이렇게 추억담만 늘어놓지요

그날 속아준 **대학 교수님들에게 미안해서

털보교수님 죄송합니다~~~
생각만해도 아직도 황당해서 가슴이 쿵쾅! 하네요..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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