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아주 평범한...
서울의 아주 평범한 여고를 나왔고 대학도 나왔고, 나름대로의 꿈도 있었던 그리고 출중하지는 않으나 조금은 예쁘다는 말을 더 많이 들으며 자란 그런 아주 평범한 여자였습니다.
물론 남자친구도 있었죠.
마음으로 존경하던 남자친구가 군대가서 있는동안,,, 직장생활과 25살의 나이가 넘 버거웠던 그 여자는 결혼을 생각했고,죽자살자 목메며 쫓아다니던 다른 남자때문에 맘이 흔들렸습니다.
크리스마스날, 몇달동안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그 남자친구를 면회
갔습니다. 첨으로 맘을 보이며 붙잡아주길 바랬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였을까...아님 너무 진지해 보여서 였을까...
간절하게 바랬던 대답을 듣지 못하고 나올때 여자는 울었습니다.
그러면서 허물어지는 마음을 추스리지도 못하고,
정말 열심히 쫓아다녀주던 남자와 결혼날을 잡았지요.
저것이 사랑인가보다...그래 이렇게 사랑해 주겠다는데 내가 뭐 별거라구...그렇게 맘을 맞추어가면서.
제대한 남자친구는 기겁을 하였지요.
군에 들어가기 전날, 그리고 마지막으로 헤어지던날 두번 그 친구가 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선물로 받았던 그친구의 일기장과 차마 태울수 없었던 편지들을 돌려주며 그여자도 울었습니다. 고시 1차 시험이 끝나는 7월까지만 연기해 달라는 말을 뒤로 들으면서 5월에 결혼했습니다...사실 전부 없던일로 하고 싶었습니다만 이미 청첩장까지 돌린 상황을 무효로 할 만큼의 용기가 그 여자에게 없었지요.
그렇게 결혼한뒤, 참으로 열심히 가정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 여자의남편은 결혼전과는 아주 딴판으로 생활을 꾸려나갔습니다.
술과 관련된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는 그 여자의남편은
일주일중 2~3일은 외박에,새벽2~3시 넘어야 술로 떡이 되어서 들어오는 날이 대부분. 어쩌다 하루나 이틀정도는 일찍들어오지만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기 무섭게 자는것이었죠.
생활비? 그 여자가 3년동안 전부 받은 생활비는 이백만원도 안 되는 돈이었습니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남의 인생을 사는것만 같이 적응되지 않는 생활을 하며 그 여자는 내내 물었더랍니다... 결혼하고 나서야 그 여자의 남편은 그 여자를 만나기 전의 방탕한 생활을 보여주었고, 시댁식구들은 그여자만 믿는다며 사람만들어 살아주길 바랬답니다. 친구들, 뒤에서는 모두 그여자의 한심함에 웃어가며, 안돼하며...
그 여자도 그여자의 친정엄마도 가슴에 대못을 박으며 하루하루 지냈습니다. 아파트 난간에 몸을 싣고서 조금씩 흔들어도 보았더랍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흔들어 떨어질까...아니면 뒤로 더 흔들어 집안으로
엉덩방아를 찌을까. 조금만 더 참고 살면 나아지려나 아님 그래도 희망이 없으려나를 가늠하면서.
그러나 언제나 배란다 난간에는 친정엄마의 얼굴이 어른거렸지요.
그 얼굴을 지나 뛰어 내릴 용기 역시 그 여자에게는 없었습니다.
그 과정의 시간은 그리도 오래고 힘들게 지나갔는데 ...
죽을용기가 없던 그 여자는 결국 그 생활에서 빠져 나가기로 맘을 굳혀갔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법원에서 도장받고 나오는 동안
그리고 구청에서 완전하게 이혼되었음을 확인하기까지
내내 그 남편이 다시 맘을 바꿔 이혼을 번복할까봐 초조하게 지냈던
그 여자는 일년의 시간이 흐른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남자를
운명처럼 만나 재혼하였습니다. 주위의 우려를 무릅쓰고...
늘 용기가 없었던 그 여자의 마지막 용기는 그 여자의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내의 역활도 비로소 깨달을수 있었고,
남편사랑 받는것이 어떤것이라는것도 알수 있었고,
어린시절 현모양처의 꿈을 현실에서 가질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재혼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마음의 짐은 있지만...
충분히 감수할수 있음은 그 여자의 다른 생활이 주는 만족함 때문이었습니다.
첫결혼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동안
옛날 남자친구를 생각할 만큼의 여유도 그 여자에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결혼생활에 만족 못하는 사람이 옛날의 연인생각에 빠진다는 글을 그 여자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도 그 여자의 자식들이 이혼을 택하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주 간절히...
그러나 자신의 선택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한후에도
희망을 느낄수 없으면,
그땐 나머지 인생의 행복을 놓쳐버리지 말라고
마지막에 얘기 해 줄수 있을겁니다.
재혼만이 초혼의 실패를 덮어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물론.
그리고 재혼의 무게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