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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g 빠졌는데요


BY 힘없는 아줌마 2001-06-05

전 지금 166cm에 50~52kg 나가는 아줌마입니다
뭐 미스코리아, 모델은 안되더라도 그래도 남들이 날씬하다고 합니다
(그냥 하는소린지~)
여하튼...
제가 결혼하기전에 아니 대학다닐대만해도 거의 60kg수준이었습니다
그때는 암만 살빼려해도 사실 땅기는 식욕은 어쩔수가 없더군요
모든게 다 맛있고 음식냄새~...그게 제 발목을 놓지 않는거 아닙니까

그러나
제가 왜 살이 빠졌냐하면요
(결혼할때도 거의 60을 육박하는...
좀 적게 나가면 59..많이 먹으면 61....평균 60)
제가 입덧을 엄청나게 했었습니다
거의 7개월까지 음식을 못먹고 헛구역질에 어떨땐 일주일내내
아무것도 못먹어서 링거 꼽고 지내는 나날도 다반사였습니다
한창 못먹을때는 환상의 몸무게 49까지 내려갔다는거 아닙니까..

저희 친정엄마는 저 죽는줄 알았다더군요..진짜로
근데 7개월 8개월 접어드니까 입덧이 점점 사라지더니
의외로 차라리 견디기 쉬웠습니다
9개월 10개월때는 더더욱 가뿐하게 나다닐수 있었으니까요...
애기 낳기 바로전 몸무게가 64였습니다..
7,8개월 이후부터는 잘 먹었지만
워낙 49까지 내려갔기때문에 그 이상은 안찌더군요

애 낳고 나서 일주일만에 몸무게를 재어보니 55kg 였습니다
그이후 조금씩 빠지면서 50-52를 유지하는데요
옛친구들은 저보고 살빠져서 이뻐졌다고 난립니다
역시 날씬하면 못생겨도 좋아보이나봅디다...

제가 하고 싶은말은 이게 아니고요....
살이 빠져서 겉으로는 좋지만
성격도 많이 변하는 거 같더라구요....이게 이제 병입니다..

제가 원래는 그냥 무던하고(좋은의미..미련하다는 말 아님) 친구들과
융통성있게 잘지내고 잘 웃고 여하튼 성격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은요.....
아주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조금이라도 제 비위에 거슬리면
그냥 삐져버리더라구요.....제 스스로도 놀라고요....
집청소도..
예전에 별로 그리 깨끗하게 정리정돈 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저희 친정엄마가 좀 깔끔하셔서 그걸 보고 커서인지
이제는 정리 안된 집을 보고 있을수가 없더라구요...
그거 골병되는거 아시죠....

예전에는 남편이 양말 아무대나 벗어둬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나중에 시간나면 세탁기에 넣고
아무렇게나 옷벗어두면 그냥 건너뛰어다니고 그랬거든요..
근데 이제는 남편이 아무대나 벗어두면
서슬이 퍼래서 남편을 째려봅니다

울남편도 저보고 무서워졌다네요...
요새는 제가 옆으로 쳐다만 봐도 뭐 잘못했나싶어서
슬슬 눈치를 봅니다...
이런 제가 싫거든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요
제가 살이 찌고 뭐든 잘먹고 할때는 참 의욕적이었어요
뭐든 하고싶고 세상이 긍정적이었고 웃음이 많았는데
지금은 별로 하고싶은게 없어요
그저 누워있고싶고 책도 읽기싫어 TV만 보게되고
뭔가 하고싶은게 없는거에요
예전에는 막 먹고싶은게 있고 그걸먹으면 너무 맛있고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게 먹고 싶은것도 없고
맛있어보이는걸 먹어도 별 맛을 못느끼고...
어떤것에도'너무 좋다'는 생각이 안드는겁니다..

그렇다고 몸이 아프거나한건 아닌데 제가 봤을때는
삶에대한 적극성이 떨어졌다고 할까요..
식욕이 좋을때는 살아가는 것도 즐거웠는데..물론 그때는 식욕
떨어지는게 소원이었지만
지금은 식욕도 없고 사는게 그리 긍정적이지 않더라구요

물론 다른 기타 환경이 그렇게 만들수도 있겠지만
제 나름대로의 분석으로는
역시 살이 빠지니까
예민해지고요...제경우에는
그러니까-->신경질-->식욕부진
이런 악순환이더군요

옛날에 제가 너무너무 맛있게 생크림 케익을 먹으니까
제옆의 나이드신분이
"그렇게 맛있게 먹을때가 좋을때다"
이러셨는데 지금 그마음이 이해가 가거든요

세상이 자꾸 살을 빼도록 만드는데
물론 그렇게 해야 자신감이 생기신다면 그렇게 하시구요
전 차라리
살을 빼야한다는 그 의욕만으로도 삶의 에너지가
충분하다고 봐지네요
전 살이 빠진만큼 삶에 대한 에너지충전도 닳아버렸나봐요
예전처럼 의욕적이지 못하거든요
여러분들도 잘 생각해보세요
내 인생이 의욕과 에너지가 넘치는것만으로도
살아가는 기쁨
살아있는 기쁨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