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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왕건드라마가 싫다.


BY 대전아줌마 2001-06-12

모두들 왕건드라마에 열광한다.

물론 우리 남편도 그들중 한명이다.

평균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며 다른 여자들도 이 드라마를

즐겨보는지 궁금하다.

내가 보는 시점에서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남성위주의 드라마이다.

그때는 다 그랬어. 일부다처제가 권력강화를 위해서 필요한것이었다구

뭐 이렇게 얘기하면 할말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자의 위치는

그랬으니까.. 역사가 그러했고 여자들이 그렇게 살았으니

역사극에서 있는그대로를 표현했으니 그것이 어찌 나쁜것이겠냐고

반박하는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난 기분이 나쁘다.

세 여인네가 앉아서 남편하나 놓고 사이좋게 지내는것이 미덕인양..

인간으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질투가 악녀의 잣대처럼 그려지는것이

몹시 불쾌하다. 서로 속으로 시기하고 경계하고 아기씨나 먼저 낫겠

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어찌 기분이 좋을수가

있겠는가. 얼마전 여성성폭력상담소장이 나와서 한 말처럼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이지 않은가.

서로 적이 될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본능을 죽이라고 강요한것은

항상 우리위에서 군림하던 남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그러했으니 괜히 드라마갖구 딴지걸지 마라?

하지만 난 그 역사속의 남자들과 그저 순응하기만 여성들을 비난할

자격은 있다.

혹자는 이럴것이다. 그 드라마의 요지는 그것이 아니지 않는가.

왕건이 고려를 세우기까지의 드라마틱하고도 영웅적인 모험담이며

현 정치상의 반영이며 전쟁대하역사극이지 여성들의 암투는 극히

미미한 것이다라고...

전쟁..?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애초에 한 나라였던것을 지들끼리 싸우고 찢어지고 다시 합치고

한반도 오천년역사를 피와 전쟁으로 물들이는게 과연 누구를

위한것이냔 말이다. 물론 폭정에 항거하여 백성들을 위한 전쟁도

있었지만 이 지구상에서 벌어진 거의 모든 전쟁들이 영웅심에 불타는

남성들에 의한 정복욕,과시욕,권력욕에서 나온 것들이 아닌가.

드라마는 영웅만을 그리고 있다. 전쟁에 이긴 영웅.

전쟁한번 치를때마다 죽어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황폐해진 땅,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한..

이 모든것들이 전쟁에서 이긴 영웅들에 가려져 어디 보이기나 하는가


그런 전쟁놀이를 보면서 왜 내가 좋아해야 하는가.

단지 이긴자에 의해 씌여진 역사인것을.. 진짜 진실이 뭔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나의 이 불만을 듣고 난 남편 왈.

" 난 그냥 아자개가 재밌어서 보는데.. "


그대가 어찌 한맺히게 살아온 우리 심정을 알겠는가...

오호 통재라.. 나만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진 페미니스트로 보여

지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