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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복숭-어설픈 김치장사


BY 나의복숭 2001-06-25

50여년을 살아오면서
결혼전에는 부모님 덕분으로 잘먹고 잘 살았고
결혼후에는 남편덕분에 남에게 아쉬운소리없이
편안하게 잘 살았는데...

얼마전 남편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나도 맘고생을 쪼매 많이 했었다.
사실 내 성격이 무지 낙천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천하태평이라 뭐든 좋게 좋게 생각하는
여유로움이 배어있어서 울고 불고 하진 않았다.
오히려 평소엔 칼같든 남편이 이것저것 미련가지는걸
보고선 맘편하게 포기하란 소릴 염불 외우듯했는데...

부자 3년은 간다고 하든데 3년은 고사하고
3달도 안가는 살림살이라 맘을 비우지 않을수 없었다.
평소 인덕이 있었든 덕분인지 이것 저것 도와주시는분이
참 많고 별볼일 없는 날 그리 챙겨주시는데
되도 않한 자존심을 세우면 도리어 실례일거 같아서
도움을 기꺼이 받아드렸다.
사실 도움을 받는다는게 맘이 편치 않다는거
아시는분은 아시리라.
그래도 좀 푼수생각이라서 그런지
살아가면서 도움을 줄만하면 주고 받을만하면
즐겁게 받는것도 괜찮다고 편한데로 생각했다.

얼마전
내 통신 후배가 나에게 사이버 김치 대리점을 해보라고
제안을 했다.
난 사실 성격이 짙은 야설을 눈도 깜빡않고 하는
좀 뻔뻔한 성격이지만 남에게 뭘 사라고 권유를 못한다.
단지 내가 잘먹고 잘살때는 누구걸 팔아주면서 물건이 좋으면
선후배들에게 억지로 사주라고 권하곤했다.
내가 좋다니까 다들 즐겁게 사주셨고 또 실제
좋은물건을 권해줬기땜시 인사도 들었는데 막상 내가 판다면?
자신이 없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챙피하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잡상인이 된거같은 생각이 들었다는거 부정하진 않겠다.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그걸 먼저 떠올렸으니까...

아직 밥 굶을 처진 아니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할 처지는
아니기에 첨에는 정중히 사양했다.
그냥 소개해주면서 팔아준다고 했다.
남에게 말하기야 좀 쉬운가?
'얘. 그 김치 맛있다. 좀 사봐라"
근데 후배 사장이 그렇게 하는걸 또 정중히 거절했다.
자신도 댓가없이 그렇게 하는건 싫다고 했다.
자존심 문제도 아니고 필요할때 공급해주는건데
왜 남에게 미안한 생각을 가지며 부담을 가지느냐는거였다.

옆에서 친구들. 선후배 지인들이 부추겼다.
'그래. 해봐. 넌 즐겁게 잘 할꺼야"
그래서 해보겠다고 겁도 없이 덜렁 수락한거...
우선 내가 파는 김치니까 다들 날보고 사주시니
김치맛을 이곳 저곳 시식시키고 많은분들께
맛있단 품평을 듣도록했다.
또한 택배비도 나 반. 회사반으로 부담해서
소비자께 부담을 안드리도록 했고
젓갈과 김치를 일본에 수출하는 회사라
포장도 얼음에 채워서 갓 담아낸것처럼 싱싱하게
공급을 해드렸다.

첨엔 내가 김치장사를 한다는게 부끄러워서
명함을 회사에서 찍어주는거 한장도 돌리지 않았다.
다들 내 이 메주같은 얼굴보고 주문해주셨는데
인제는 다른분들께 권하기도 하고
명함을 드리기도 한다.
내 스스로 더 뻔뻔스러워지고 많이 발전한거다.
후배 사장왈
'복숭누부. 그만하면 성공인거라요"
모르겠다
성공인지 아닌지 난 모르겠다
다만 뭐든 일단 시작하면 최선을 다하듯
내 성심껏 해보는거다.
돈이 벌리면 더 좋겠지.
돈벌면 불우이웃 도웁기도 할꺼고
나를 위해 김치를 사준분들께 사은선물도 할꺼고
또 나도 맛있는거 사묵어야지.
참 울1번 옷도 한벌 사주고.ㅎㅎㅎ
완전 김치국부터 마시는거겠지만
나도 프로가 되봤슴 좋겠다.
근데 아직 어설프기만하니...

피에수: 혹시 김치 필요하신분은 011-9988-9316 으로...
(에구 광고가됐슴 죄송해요. 넘 머러카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