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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린 남자


BY poohmam 2001-07-03

작년 추석 때 사건의 발단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친정으로 가던 저녁 무렵 차속에서 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명절 때마다 교통 대란을 겪는 우리는 아이들이 어린 관계로 조금이나마 혼잡을 피하기 위해 저녁까지 시댁에서 어머님께서 끓여주신 삼계탕을 잘 먹고 친정으로 향하던 중이 었습니다.
저는 뒷자석에서 애들이랑 같이 잠이 들었고 남편은 앞만 보면서 운전을 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멈추길래 눈을 떠보니 기름 넣기 위해 국도로 접어들어 해인사 근처 어느 주유소였어요.
남편이 주유를 하고 화장실로 볼일 보러 가 길래 저도 화장실로 갔죠.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였어요. 설마 우리 차가 하고 황급히 나와 보니 거기에 서 있어야 할 하얀색 차가 보이지 않는 거였습니다.
황당했어요. 작년 추석엔 태풍으로 비가 내려 쌀쌀한 날씨였고 전 애들 데리고 다니면 불편하다고 그야말로 간편한 여름옷을 입고 있었거든요.
그때 저는 남편이 일부러 그런거라 생각되어 곧 돌아오리라 믿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오라는 차는 오지 않고 비만 더 구슬피 내리고 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너무 화가 나서 그냥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추위에 오돌오돌 떨며 차가 떠난 자리만 노려보고 있었죠.
그렇게 기다리기를 1시간 주유소 벽에 걸린 커다란 시계가 11시30분을 가르켜도 이 사람은 나타나지 않자 이젠 뒷자석에 누워있는 애들 걱정과 어떻게 집으로 가야 할지 막막한 생각이 들었어요. 주머니에는 10원짜리 동전 한푼 들어 있지 않았거든요. 돈 없으니 전화도 못걸고 이 야심한 밤에 친정까지 갈 수 있는 방법도 생각이 나지 않는 거예요.
콜택시를 부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해인사에서 포항까지의 요금을 생각하니 그 상황에서도 손이 떨려 콜택시를 타고는 못 가겠더라구요. 그래서 주유소 사장님께 남편이 착각을 해서 나를 두고 떠났다며 사정 이야기를 해서 전화기를 빌려서 신랑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니 불통이데요. 할 수 없이 친정으로 전화를 하니 친정엄마 놀라서 기절 초풍 하시고 우리오면 술 한잔하려 벼르고 있던 제부도 해인사까지 저를 데릴러 온다고 하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어요.
그렇지만 상·하행선 모두 막히는 시간에 제부가 포항에서 출발한다 해도 몇 시간이 걸릴지 몰라 결론은 제가 콜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가면서 콜택시 기사 아저씨 휴대폰 전화번호를 친정집에 알려 주고 얼마나 갔을까 드디어 신랑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벌써 화원에 가 있다니 그 막히는 도로에서 그새 멀리도 갔더군요. 기사 아저씨랑 북대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가보니 애들 둘은 울고 불고 난리가 났고 신랑은 뒷자석에서 넋이 빠진 얼굴로 앉아 있더군요.
전 너무 화가나 신랑에게 한바탕 퍼부었죠. 그런데 우리신랑 말하는게 더 가관이더군요.
애들이 울길래 왜 애들 안 달래냐구 하면서 뒤를 보니 제가 없더라는 거예요. 자기도 황당했는데 저를 어디서 잃어 버렸는지 생각이 나지가 않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친정으로 전화를 하니 택시 기사 분 휴대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더라는 겁니다. 그러니 제가 뭐라고 더 이상 말할 수가 있겠어요. 말 안하고 내린 제 잘못도 있는 것을.....
웃지 못할 추석연휴 헤프닝은 그렇게 애들 덕분에 친정까지 안가고 끝났답니다.
야심한 시간 낯선 곳에 마누라를 두고 떠난 남편 버려진 당시에는 만나면 당장 이혼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아직도 그 남자랑 애들이랑 알콩달콩 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