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08

이정하 시


BY 햇살 2001-07-06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외려 

그런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나더군요.



그렇습니다.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대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날 또한 없을겁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숱하고 숱한 날 속에서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김없이 떠오르던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

잊지 못하리라 추측합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 준 모든 것들,

하다못해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것은 이런 뜻은 아닐런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에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모조리 쏟아부어 놓고...

펑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섭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는

그것들을 돌려 줄 대상이 없다는 것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

들려 주어야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