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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BY 우울한 아줌마 2001-07-06

우울증님의 이유없는 슬픔을 읽었어요..
너무나 공감이 가는 ...

결혼후 신랑따라 청주에 온지 16개월째..
저 또한 이웃사촌하나 사귀지 못하고 혼자서 지내고 있답니다.
먼저가서 말이라도 건네야 할텐데 성격이 그렇게 되지를 않네요..
옆집이라도 친하게 지내면 덜 심심하고 같이 차라도 한잔 하고 싶은데.. 가끔은 신랑 흉도 보고, 음식도 건네고 싶고, 시장에도 다니면 좋은데..
친정이 멀리 있어서 학교친구들 연락하기도 만나기도 힘이 들어요..
전화수다라도 떨어야 하는데 모두 시외전화다 보니 전화요금이 만만치가 않고..
하루3끼 혼자 먹고, 종일 말 한마디 하지않고, 혼자 시장다니고, 동네 어슬렁거리고..
신랑오면 놀아달라고 떼도 써보긴 하지만 혼자 바둑두고, 신문읽고, 축구보고, 피곤하다며 돌아서버리는군요.. 그렇지 않으면 회식이다, 모임이다, 축구한다는 이유로 늦는 날이 많아지는 신랑...
처음엔 신랑도 혼자있는 제가 안쓰러운지 많은 모임을 사양하고 일찍들어오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말하긴 하지만 자꾸만 외로워지는 내 마음을 신랑이 알고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떼 쓰는 것도 치사빤스 입니다...

산달이 다가왔는데.. 임신기간동안 남들은 다해준다는 집안일 하나 도와주지 않고 어쩌다 베란다 청소 시켰더니 이런것은 자기 없을때 나혼자 알아서 하랍니다. 치사해서~원! 결국엔 거의 다 내가 했습니다.
다른 신랑들은 아기에게 동화책도 읽어주고 태담도 많이 해주고 배 맛사지 해주고 부인 몸 붓는다고 주물러도주고 그런다는데..
우리 신랑은 그런거와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마지못해 태담이란것 하는데 "잘자~"가 전부입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태교좀 하라며 생각해주는 것 같은 말을 합니다.
내가 불만이라도 얘기할 라치면 나보다 더 얼굴표정 변하면서 더욱더 화를 냅니다. 저요?? 무서워서 끽소리도 못합니다.
아무것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고 앓느니 죽지 하는 마음으로 저혼자 모든것을 하려합니다.
도와주면 고마운 것이고 도와주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저 또한 신랑에게 완벽한 아내의 노릇을 했다고 말 할 수 없기 때문에 신랑에게 당당히 요구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신랑 나쁜 사람만은 아닙니다.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듯이 좋은 점도 많이 가진 사람입니다.
똑똑하고, 정이 많고, 재미있고, 자상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때나 지금이나 저를 대하는 태도는 변함이 없습니다.
말도 예쁘게 합니다. 단 한마디 저에게 큰소리 낸적 없고 나쁜 소리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저를 생각한다고 말할 줄 알고 애정표현도 아주 잘 합니다. 신랑은 자신의 마음이나 의사표현에 아주 능합니다. 부부동반모임이 있을라치면 내가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 음식을 맛있게 먹는지 살펴주는 자상함도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는 제가 너무나 행복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행복속에 있었습니다.
아마도 내 마음이 문제겠지요..
우리 신랑 술자리가 잦아져서 늦게들어온다는 것 빼고는 예전과 달라진 것 하나 없는데..
내 마음이 변덕을 부려서 혼자 외로워하고 서운하고 슬퍼지는 것이겠지요..
운동조차 못 다니게 불러온 배가 부담스럽고, 이런 생각이 아기에게 미안하고, 내 맘 몰라주는 신랑에게 퉁퉁거리고..
이유요?? 저도 모르겠어요.. 이것이 이유없는 슬픔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아무런 이유없이 우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얘기하지 않아도 신랑이 스스로 알아서 제 마음을 다독거려줬으면 싶은데 너무 큰 기대겠지요??

정말 이유를 찾자면 저에게 주어진 많은 시간이 문제일 것입니다.
이런 하찮은 이유로 넋두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복에 겨운 투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세상엔 저보다 불행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다시 한번 "나는 행복하다"는 최면을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