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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마에 놀아주기 - 동읍 품앗이


BY mee60 2001-07-06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장마에도 품앗이엄마들은 모입니다. 만만한 놀이터가 나가기 어려우니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내 아이만도 아니요, 집안에 데려가기가 만만찮은 여섯 꼬마 손님들을 어떻게 데리고 놀아야 하느냐구요?

1. 아파트 복도에 돋자리 깝니다. 밀가루 반포 들고나와서 펼쳐놓습니다. 아이들을 밀가루의 촉감을 너무 좋아합니다. 손과 발과 얼굴에 묻히면서 서로 히히히... 그리고는 물감 섞어서 반죽합니다. 방망이로 밀고 손으로 뜯고 손가락으로 콕콕콕 발바닥도 꽝, 주욱 늘려서 뱀 팔찌 목걸이 만들어 걸고 빙빙 틀어서 그릇 삼고 김밥 말고 만두 싸고 햄버거 만듭니다. 그러다보니 출출하네, 간식 먹고 나면 오늘 놀이는 끝납니다.

그동안 앞집 수철이는 뒷집 민지 얼굴을 두어번 쥐어뜯었고 창기는 아름이를 한번 물었씁니다. 따라온 예지 동생은 생밀가루를 먹었고 엄마들은 밀가루 떡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났느냐구요? '오, 오늘도 한건 했구먼. 강아지들 언제 사람 되나.. 하하' 하고 맙니다. 물고 뜯기는 두 돌짜리 아기들 세계, 원래 그런 거라는거, 알아야 엄마노릇이 제대로 됩니다. 그런다고 쌩 돌아가는 엄마- 사회성 부족하신 겁니당.

2. 반짝 햇빛이 나는군요. 세돌반은 장화 신고 여벌 옷을 챙겨서 부리나케 놀이터로 달려갑니다. 가보니 오호라! 놀이터가 물에 잠겨버렸군요. 그런다고 명호가 뒤돌아서겠습니까? 첨봉 들어갑니다. 다 들어갑니다. 모래밭은 흙탕물이 되었지만 모래가 물이 된다고 못 놀겠습니까? 없는 고기를 잡으며 없는 강을 따라서 엎어지고 자빠지고 놀아댑니다. 쓰레기통에서 패트병을 주워다 ' 여긴 연못이야'하고 들이붓습니다. 물이 젖어 잘 붙는 모래는 두꺼비집을 짓기에 안성마춤입니다. 맑은 날에는 일부러 엄마들이 양동이 물을 길어부었지만 오늘은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놀이터 옆에 돋자리 펴고 엄마들은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이들은 놀다가 울다가 싸우다가 고자질 하러도 오다가 칭얼거리러 오다가 합니다.

반절이 돋자리로 오는 걸 보니 배가 고프군요. 볼이 미어지도록 먹어댑니다. 배가 볼록하도록, 친구 걸 눈독 들여가면서 먹어댑니다. 광민이 저 깐돌이는 아직도 물에서 안 나옵니다. 그러는데 하늘이 후두둑... 얼른 보따리 챙겨서 숙이 엄마 월욜날 봐 잘가들 하면서 돌아갑니다.

3. 길 건너 다른 동네는 오늘 쿠키를 만듭니다. 요리시간이죠, 이름은. 하지만 밀가루도 먹고 반죽도 떼어먹고 덜 익은 거, 탄 거, 못 생긴 거, 다 먹고 나면 접시엔 남은 게 거의 없죠.어쨌든 먹었으니 됐고, 비가 내려 나가질 못하니 1층부터 15층까지 층계참을 오르내립니다.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한 칸 또 두칸 그러다가 어디서든 멈춰서 물 한잔 먹고 눈을 비비기 시작하면 자러 갑니다. 아, 평화로운 오후가 엄마를 기다립니다요. 짜식, 지가 설쳐봤자지, 두어 시간만 활발하게 놀리면 업어가도 모르도록 곤히 잡니다. 애 붙들고 집 안에서 씨름 하는 엄마들! 애들은 그저 내놓고 강아지마냥 키우는 거라우. 이렇게 수월한 걸 모르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