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침대에 여섯사람이 누워있다'라는표현은 두사람의 결혼생활이 각자가 성장한 가족적배경에 의해 상당히 영향을받고 있음을 나타내는말이다.
겉으로 잘드러나지는 않지만 결혼생활에 양가부모가끼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다.
갓결혼한 신혼부부들이 가장 잘알고있는 결혼생활은 부모들이 보여준 부부생활이다.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두사람은 배우자를 대하고 판단하는데 각자의 부모들이 보여준 결혼생활을 모방하는 경향이있다.
또한 그와는정반대로 부모들의 결혼생활을 답습하지않겠다는 맹세 아래 부모의 결점과연관지어 상대방의 결점을 찾아내기도한다. 따라서 두사람이 서로 성장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신혼기의 적응에서 오해와 갈등은 피해갈수 없는 문제가된다.
결혼한지 2년된 전업주부ㄱ씨의경우도 그랬다. "남편은 생활비 외에 돈이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하지만 왠지 자꾸 치사한 생각이 들고 남처럼느껴져요. 내가 사치라도하면 차라리 덜 억울하겠어요." ㄱ씨는 그의 어머니에게 지독하게 인색했던 친정 아버지를 연상하며 남편을 판단한것이다.
그런데ㄱ씨의 남편은 부모가함께 장사를하며 공동으로 돈관리를 하는 가정에서자랐다. 그는 부모를통해 부부사이의 돈이란 '내것'이나 '네것'이 아닌 '우리의것'이며, 돈관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믿음을갖게됐다.
저축이나 주식운용을위해 편의상 자기가 통장을 관리하고있을뿐 돈문제에 관한한 자기는 아내와 평등하기위해 노력하는 좋은남편이라고 자부하고있었다. 결국ㄱ씨 부부는 돈문제에 관해 서로 가족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것이다.
특히 두사람이 성장한가정의 생활수준에 차이가있거나,각자의 부모들이 가지고있는 소비 및 저축습관이 다를경우 신혼부부가 갈등을 겪을 가능성은 그렇지않은경우에 비해서 더크다.
연애시절 두사람의 생각이나 취향이 같아서 자기들이 굉장히 잘어울리는 커플이라고생각하거나, 심지어 자기와 다른점 때문에 상대방에게 끌렸을지라도 함께살게되면 일상생활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물론 결혼전에 이런 문제들과관련해 두사람이 각자의 가족적 배경을 충분히이해하고 대화를통해 합의를 이끌어낸다면,결혼뒤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겪지않아도 될뿐만 아니라 부부각자가 원래의 가족으로부터독립해 '우리'라는 공동의식을 갖게될것이다.
유계숙/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가족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