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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옷은 어따 벗어놓구 왔냐구?


BY 수채화 2001-07-09

띠리리리~~~~~~!
"아빠 핸포 전아왔져!"작은아이가 핸폰을 자고잇는
제아빠 귀에다 갖다대서야 남편은 부시시 일어낫다.

"응....응.....응.... 응.....알았다임마...끊어!"
"무슨 전화를 그렇게 받아?"하는
내말에도 아랑곳없이 남편은 아침도 드는둥 마는둥하고
면바지에 티셔츠차림으로 나가려다 말고
"아따~~~고것이 어디갔으까이..?"
"뭐가?"
"아따 구멍난 신말말이다(남편은 샌달을 이렇게 표현한다)"

발아파서 안신는다던 신발을 오늘따라 찾길래 신발장에서
꺼내?더 어디가냐는 내말에"엉...언능~~~갔다오께이.."
하고는 손살같이 달려나갔다.

그럼그렇지..
남편의 "언능갓다오께이~~"는 항상 말뿐이다.
밖에나가서도 "응..언능 들어가께이..."하면 서너시간후고
"쪼금 늦겄다이..."하면 함흥차사고
"아따메~~걍 쪼간걸리겄다~~"하면 안들어오거나 새벽에야
들어온다..

그런데..오늘은 언능 갓다오께이~~햇으니 서너시간
넉넉잡아도 대여섯시간 안에는 오겟지....
천만의 만만의 콩떡이다...
새벽 한시가 넘도록 또 함흥차사다..
이제 이것도 질력이 난터라 열쇠가지고 갔으니
걍~~알아서 들어오겠지..
그래도 자기전에 전화는 한번 해봐야징...

나:여보세요?
남편:여~~~봉~~~~??~~~
나:아니 이무슨 오뉴월 한낮에 개팔자 늘어지는 소린감?
내가 전화번호를 잘못눌럿남?
저기...그 핸폰 주인인가염?
남편:꺼~~억! 야.....꺼~~~윽!
나: 이런 내가 전화번호 잘못눌럿나보넹..
전화를 끊고 다시 천천히(실수안하려고)번호를 누르고

나:여보세요?
남편:아~~~이~~~고~~~! 재수~~쒸요우~~?(남편은 친구와이픈줄알고)
나:또 잘못걸렷나? 저 그전화 xxx씨거 아네요?(이런 목소리가
태잎늘어질때로 늘어져 잇는터라 도무지 알수가 없었당)
남편:난~~디~~요....누구쒸요우~~~~?
나:xx아빠 마져?
남편:옴메 각싱가이~~~꺼~~윽!
(그제서야 지 마누란줄 알아챔)나가 한잔 해뿌럿당께이..

남편은 평소에는 술을 거의안먹다가
한번 먹기시작하면 꼭지가 돌도록 말술을 들이붓는 스타일이다.
나는 뒷치닥거리 할생각에
화가나서 "술먹고 들어오려면 들어오지마!"
해놓고 씩씩거리다 잠이들엇따.

한참 단잠을 자는데 ....
"달그락...달그락....철푸덕...낑낑낑...."
이상한 소리에 잠이깨서 시계를 보니(난 눈뜨면 습관적으로 시계부터
본다)새벽 세시가 조금 넘엇다.

나가보니 남편이 열쇠구멍을 못찾아
그난리를 하고잇엇다.
혼자서 "쒸쒸~~ 우~떼~~그~더~~까~~이"혀는 잇는데로
꼬여가지고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구멍찾다 주저앉고를 되풀이 하고 잇엇따.

"에구~~~못살아...!"
저러다 안열리면 발로 문을 꽝꽝차댈게 뻔하니
어쩔수 없이 열어주고
보기싫어서 남편이 들어오기전에 뒤돌아 들어와서
자려고 누?m지만
깊은잠을 잘수가 없었다.

씻는다고 어기적어기적 다니기도하구
게다가 내가 제일 술먹는걸 싫어하는 이유중에 하나인
"웩~~~"을 해대는통에 도통 잠을 이룰수가 없엇다.
겨우 잠을 청한뒤
아침이 되어 일어나보니 남편이 없었다.

나가보니 목욕탕 앞에서 잔뜩 오그라져 자고있엇다.
목욕탕 문을 여는순간...
"흐~~~~미...나는 몬살아..."
여기저기 오물로 난리가 나있엇따.
한시간이 넘도록 치워놓고
어제입은 옷들을 빨려고 찾아보앗다.

바지하나.....작은방 구석에 던져져있고
메리야스는.....목욕탕 입구에 던져져잇고
엥? 그란데 아무리 뒤지고 뒤져도 윗도리 티셔츠가 안보였다.

혹시나 싶어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구멍난 신발(샌달)은 그곳에 벗어놓았고
그런데 귀신이 곡할노릇이다.
티셔츠는 없엇다.

남편을 깨서 "옷 어쨋어?"하니
"아따~~~먼옷이야..."
"아, 윗도리말이야..윗도리가 없어?"
"옴메~~그랄리가 있것냐..잘함찾아봐라이....."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은 윗옷을 벗은 기억조차 없다니
귀신이 곡할노릇이 아니고 뭐겟냐구요....

참..그러고보니 어젯밤에 메리야스 차림으로
들어온것도 같은뎅?
참나..그걸 기억도 없다는데 어디가서 찾냐구요...
에궁~~~~~내팔자야..
이래서 전 오늘도 아침부터 팔자타령으로 한숨을
올려쉬엇다 내려쉬엇다 하고 있슴다.....


휴~~~~~~~~~~~~~~~~~~우!(수채화 땅거져라 고사지내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