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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아침에


BY duree50 2001-07-10

새벽에 밥을 하려고 주방에 들어서니 식탁위에 이쁘게 포장된 선물이
두개... 그리고 안개섞인 화사한 장미한다발까지.
기쁜 마음으로 포장을 여니, 딸은 풀향기가 물씬 풍기는 화장품을
아들은 꽃무늬 화사한 양산을 선물로 주었다.

"엄마! 생일 축하해...
내가 엄마 사랑하는거 알쥐?"
역시 딸은 여자답게 작은 메모쪽지도 함께 넣었다.
선물에 약한 나 흐뭇한 맘으로 화장품도 발라보고 양산도 펴보며
아침준비도 잊고 들떠있었는데.
갑자기 친정 어머니가 생각난다.

6.25가 터지고 얼마 있다가 내가 태어났단다.
삼칠도 되지 않아 피난을 가게 되였는데 위로 언니 둘을 손잡고
핏덩이 날 등에 업고 그렇게 피난을 떠나셨단다.
뒤에서 총소리가 울려퍼지고 아우성치는 피난민들 틈에 섞여서
겁에 질려 줄기차게 울어대는 어린 날 달래시느라 너무도 힘드셨단다.
그러다 어느날 밤에 산을 넘고 개울을 건널적에 내 울음소리를 적의 가득
담긴 눈으로 보는 시선들을 견디다 못해서 그 깊은 개울목에 날 빠뜨리실
결심을 하셨다고.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것이 생명의 위협을 느낀것을 아는지
한사코 등에서 떨어지질 않고 울음을 뚝 그치는데 그때 정신이 번쩍드신
나의 어머니..
지금도 가끔 그 때 이야길 하시며 큰 죄를 지을뻔햇다고 가슴 쓸어내리신다.

생일날 아침에 난 내 어머니를 생각한다.
산후 몸조리도 제대로 못하시고 그 험한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날 업고 피난다니신 나의 어머니.
오늘은 어머니께 가서 미역국 끓여드리고 아들네미한텐 좀 미안하지만
무늬 고운 이 양산도 갖다 드려야겠다.
아니 화장품도.
벌써부터 좋아하실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니 내마음도 즐거워진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 엄마두 엄마가 좋은걸 어쩌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