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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히 적셔오는 밤


BY 가인 2001-07-11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하루를 기다림으로 걸었습니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으로 왔다가 내게서 모두들 멀어져 가버리는군요. 마치 꿈을 꾸듯 시간속에 왔다가 쉬 사라져 버리는 건 당신도 마찬가지랍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같은 방향을 보고 살아온 사람의 냄새 그리고 같은 주파수를 갖고 있는 사람 이 전부가 당신과 나의 이야깁니다.

현실이 싫어서도 지겨워서도 아니고 안일한 일상이 버겨워서도 아니랍니다. 처음 당신을 본 순간부터 당신은 어쩜 내 삶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운명을 예감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멀어져 버릴 사람. 우린 너무 멀리서 서로를 바라봐야 하는군요.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늦게서야 당신같은 내 이상형을 만나 한때는 당신의 목소리로 행복했습니다. 참 안타깝네요. 참 마음이 아프네요. 당신 웃음을 가까이서 만질수만 있다면요. 우리가 서로 아주 작은 관계로라도 만나질 수 있다면요. 그러나, ...

오늘은 이슬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다가 당신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내가 갖을 수 없는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면서 어제의 그 전화가 어쩜 당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라리 서로 통화할 수 없었던 것에 감사했답니다.

이제 아린 가슴을 안고 잠들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마음과 엮어질 수 없음도 다른 무엇으로 승화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