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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 할까요?


BY duree50 2001-07-16

안녕하세요.
서울엔 비가 많이 왔어요.
저녁에 양재천을 산책했는데 도도하게 흘러가는 흙탕물이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어요.

여기저기 떠 내려온 온갖 쓰레기 들이 쓰러진 나무가지 사이에 널려
있고 이제 막 꽃봉오리를 피우던 부용이 가엽게도 땅위로 누워버렸답니다.
이런 저런 풍경들을 보며 마음 심란해져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가위!바위!보1"
이런 소리가 들렸어요.
소리나는 쪽을 올려다 보니 아파트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노부부가
그 놀이를 하고 있더라구요.

할아버지는 계단 위쪽에서 할머니는 그보다 열계단 정도 밑에 게셨구요.
할아버지는 얼굴에 장난끼어린 미소를 지으시고 할머닐 내려다보시며
열심히 가위바위보를 외치셨어요. 소년처럼...
할머닌 조금 약이 오르신지 얼굴이 빨개지셨더라구요.

그런데 웬일인지 자꾸만 할마버지가 가위만 내시는 거예요.
할머닌 물론 주먹만 내시고.
그러더니 나중엔 두분이 나란히 손잡고 함께 계단을 올라가시는
그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던지요.

가슴이 더워져오고 공연히 웃음이 비실비실 나왔어요.
함께 보내는 노년이 저만큼만 행복할수 있다면 그것도 축복이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님들도 가위바위보놀이 한번 안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