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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나몰래 딴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BY 나는 지금 뭘하나 2001-07-17

남편은 나 몰래 딴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값비싼 패물도 사 주고(160만원 상당)
편지도 보내고 (거의 매일)
그녀 생각에 밤마다 눈물 흘리며 잠든다는 남편의 일기도
엿보고 말았다
내가 친정가고 없었을 때는 기타를 치며 전화로 노래도 해주고
그녀의 퇴근길에 기사노릇도 했다
남편의 차 안에서 그녀의 귀걸이가 발견되고
그녀가 선물해 준 넥타이가 나오고
향수가 나오고 카드가 나오고
둘이 즐겨 들으며 드라이브 했던 음악도 흘렀고
트렁크에선 비자금 통장도 나왔다
둘은 스키장에도 함께 갔고
바닷가에도 갔고
낚시를 하러 강도 찾았었다

남편을 너무 믿고
마음 푹 놓고 퍼져 버렸던 내 잘못이었다
나는 남편이 직장일로 스트레스 받을 때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귀챦게 안 하려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남편이 피곤해 할 때
잠 못 잘까봐 아기 데리고
작은 방에서 소리 죽여 잤던 것 뿐이었다

그녀는 직장 동료로서 남편의 고민에 적극적인 조언이 가능했고
남편이 몸살 났을 땐 죽까지 끓여다바쳤다
까맣게 몰랐다 나만...

둘의 관계가 반년이 지나서야 우연히 핸폰음성을 듣고
까무러쳤고 내역조회 결과 둘이 장난이 아니었음을
비로소 알았다

난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내 의지로 이겨낼려고
15개월 된 아기를 맡기고 일을 시작했다
남편과 과격하게 몇 번의 큰 싸움도 했지만
이미 남편의 마음에 들어선 그녀를 이길 자신이 솔직히 내겐 없었다

내 현실을 이기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남편이 들어 오지 않는 밤도 진짜 참았다
그녀를 만나서 한바탕 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오로지 남편을 달래고 기다리고 이해하는 척 했다

2 년 여에 걸쳐 내 피를 말리던
그들의 연애가
요즘 약간 잠잠해졌고 남편은 나름대로
내 생각을 해 주는 것 같다 속은 모르겠지만..

그런데 내가 달라졌다
나는 남편의 일로 이렇게 사는 게 전부가 아니구나를 깨닫고
많이 변했다

나의 일도 열심히 하면서
혼자 쇼핑하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음악 듣고
나를 관리해서 2년 전에 비해 너무나 평안해지고
남편이 어쩌든지 크게 연연해 하지 않게 되었다
외모도 내면도 진짜 많이 변해 버렸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이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난 깜짝 놀랐다
남편한테 워낙 큰 외로움을 느끼다 보니
내가 누군가에게 아직도 호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신기했다
솔직히 남편을 생각하면 나도 그 사람이 하자는대로
사겨서 복수하고픈 마음도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나는 한 아이의 엄만데 하는
굳은 결심으로 너무나 힘겹게 참고 있다
또 나와 똑같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지도 모를
그 사람의 부인을 생각하며
마음에도 없이 그사람에게 딱잘라 말했다
사람 잘못 봤다고.

그런데 오늘이 공휴일이고
엊저녁부터 외박하는 남편을 생각하면
너무나 혼란스럽다

왜 나만 이렇게 가정을 지켜야 하는걸까..
왜 나는 나 좋다는 사람하고 차도 한 잔할 용기가 없나..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