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배미이끼가 파랫빛으로 고와지기 시작하면
새로퍼진 미나리아재비 잎새 밑엔 올챙이들이
옴닥옴닥 놀기 시작한다.
우리가 해마다 제비소리보다 며칠 뒤처져
논두렁에서 들을 수 있었던 소리는,
부리가 날카롭고 깃털이 반짝이는 파랑새 노래였다.
물총새를 우리는 파랑새라고 불렀던 건데,
물총새 구멍을 뒤져내는 데엔 대복이와 겨룰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
물총새는 산골짜기 깊은 개랑의 깎아지른 듯한 흙벽에다
게 구멍처럼 깊숙이 굴을파고 살고 있었다.
나는 대복이를 따라 두어 길이 넘게 깊숙이 파인 시뻘건
황토개랑 속을 한나절씩 헤메어다녔고,
대복이는 한 구멍에서도 물총새 새끼를 서너마리씩이나
잡아내곤 했다.
구멍에 거미줄이 슬고 산이끼가 푸름하게 돋아
아무것도 살지 않는 구멍 같건만,
구멍 임자가 들고 안들어 있는 걸 영락없이 맞혀
헛손질 한번을 않던 것이다.
이문구 작 <관촌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