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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병아리 교사 시절


BY 해수 2001-07-19

84년 대학을 막 졸업하고 희망에 젖어 교사 생활하던 풋내기 시절
꼭 이맘때 여름 방학을 며칠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여자 중학교 교실
원래 방학 앞둔 일주일간은 평소보다 수업하는게 더 힘들답니다.

참, 우리 학교의 특성부터 먼저 말하죠.
역사가 오래된 학교라 교실이나 복도 바닥은 마루,
그것도 오래되어 구멍까지 뿅뿅 뚤린...

그래서인지 쥐도 많았답니다
근데 이 쥐란 놈이 아무도 없을 때만 나와야 할텐데
가끔씩 밤낮 구분 못하고 한참 수업중일 때
한번씩 이 구멍에서 나와 교실 반대편 저 구멍까지 쏜살같이 지나가는 놈들도 있었답니다.

그러면 여학생들은 깜짝 놀라 꺅 소리를 지르면서 의자를 밟고 얼른 책상위로 올라가서 피하고요
한 교실에서 이런 소리가 나면 양 옆 교실에서도 같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같이 따라하고요.

우리 선생님들은 어떨 때는 호들갑 떤다고 혼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웃음으로 넘기기도 하군요

그런데 제가 수업하고있는 어느 날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죠.
교사나 학생이나 서로가 숨을 헉헉 내쉬며 수업을 하면서
판서를 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꺅 소리가 나고,
그 소리에 더 놀란 내가 뒤돌아보니
학생들이 다 책상 위에 올라가 있더군요.

수업도 하기 싫은데, 마침 속으로 잘됐다 하면서
학생들에게 일장 훈시를 했습니다
"너네 집엔 쥐가 없냐... 그까짓 쥐가 뭐 그리 무섭냐... 집에선
쥐 보고 눈도 깜작 안하던 학생이 원래 학교에선 더 호들갑을 떤다...는 등

이렇게 잔소리를 한 후, 그래도 수업하기 싫데요
학생들은 쥐가 또 다시 나올까 발발떨고...
종칠때까지 남은 시간은 한 8분,
그 시간 때울려고 학생들에게 괘씸한 쥐를 잡겠다고 선포하고 나섰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그 쥐가 수업 끝나기 전에 다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
그래서 전 쥐를 잡는 척 하고 분단과 분단 사이를 돌아다녔습니다

학생들은 혹시 자기 자리 밑의 구멍에서 쥐가 나올까 겁내느라
교실은 분위기는 어느덧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그러기를 약 5분
교실 뒤쪽에서 가운데 분단사이를 지나
속으로 "요 귀여운것들 떨기는..." 하면서 룰루랄라 거리며 교탁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꺅 소리와 함께 학생들은 얼른 책상위로 피난을 가고...

근데요...이럴 수가, 제가요...
그 애들 꺅 소리에 나도 모르게 학생들과 똑같이 내 옆에 있던 학생의 책상으로 재빨리 올라간거 있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어느 학생의 책상 위에서 그 책상의 주인을 꽉 끌어안고 있더라고요...쥐가 무서워서

흑흑
그날 난 언제, 어떻게 그 학생의 책상에서 내려왔는지 아직도 기억이 안납니다.
그 담부터 난 쥐를 지구상에서 사라져야할 가장 해로운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여담으로요
어느 날은 구멍에서 나온 쥐를보고 기절한 학생까지 생겨서 양호실에서 응급조치를 했답니다
정신을 차린 그 학생(우리 학교에서 젤 덩치 큰 학생...그것도 3학년)에게 선생님들이 너무 우습기도 해서
"짜식 그까짓 쥐가 뭐 그리 무섭다고 기절까지 하냐" 했더니만
그 학생 왈 "그 쥐가 저를 째려봤어요"...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