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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사에서 퍼온 창작시 세편


BY 시한수 2001-07-20

제목- 신기루


참 다행입니다
당신을 사랑안에서 만나지 못하였음은
참 다행입니다
당신을 이렇게 늦게 만나게 되어

당신은 모르시군요
아직도 알지 못하는군요

사랑은
밖에서 기웃거릴때에만 아름다운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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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쎄


어떻게 그렇게 확실히 알수가 있지
알수있다해도 그렇게 말할수가 있지
정말 부럽네
까만 동그란 눈을 눈물처럼 터뜨릴수가 있지
나랑은 다른 종족인가봐

분꽃으로 태어난 넌
하나의 알맹일 잉태하고
무거워 하는구나

난 안그래
난 맨드라미처럼 내 속내를 흩날리고 말지
무거울새도 없어
사랑하기 때문이지
남은건 없어
계절을 살다갈뿐
다만
무거울 새가 없이
다 새처럼 날려보낼수가 있었지 난
너의 앞을 지나는 먼지한점
나본듯이 보아주렴
네가 사는 호수위로 지나는
작은 솜털구름들 나본듯이 보아주라
그게 나야
본능인게지 가볍게 흩날리지만
행복한 웃음이지
언젠가 네곁에서 맨드라미 하나 웃고잇음
나였음을 기억해줘
오늘 나의 그리움이 있었던거라 기억해줘
보고싶다 하지만
드디어라는 말은 하지 말아
너무 서러워 지니까
이젠 잊었다고 말하진 말아
우린 만난적이 없으니
너무 서러워 지니까
하지만 이해해
너의 무게 내가 나눌수 없음이
서러울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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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방의 금지

그의 서재를 엿보았을 때부터,
나의 받아쓰기는 시작되었다
그의 방대한 서적에 숨어들어가
그의 낭랑한 목소리에 취한 순간부터

멋진 나날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계곡이 흐르고
새털같은 구름이 떨어져 내렸다
처음보는 이슬이 맺히고 향기로운 꽃그림자가 피었다
그럴수록 받아쓰기는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갑자기 낭송을 멈추었다
인기척을 느낀걸까, 조바심에 고개를 드니
이쪽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것이 아니냐
노여움에 달려들어 거침없이 내 펜을 꺽어버렸다
그리곤 외쳤다 - 무서운 일이다"
내 공책을 잡아챈 후 다시 말했다
-무서운 일이다
그리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종이 위의 모든 글자를 남김없이태워버렸다
서재에는 이제 정적과 그와 나와 부끄러운 백지.

이윽고 달래듯 그가 말하였다
-너의 시는 모두 네 속에 있다
나의 시가 모두 내 속에서 왔듯이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핏줄처럼 따뜻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헤세는 그렇게 어미새처럼 , 그의 둥지에서 영구히 나를 밀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