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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과거?


BY 좁쌀 2001-07-23

어제 티비를 옮기면서 생각난김에 애들방도 정리하고 집안살림 대청소를 했다
가끔 대청소를 하는데도 할때마다 왜이리 버릴것이 많이나오는지......
책꽂이 먼지를 닦아내며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보던중 구석에 꽃혀있는 검은노트에
손이갔다. 뭔노트인지 궁금하여 넘겨보니 나만나기전 남편이 썼던 노트엿다.
1991년도달력이니 9년전 그니까 남편27살일때였다.
나를 알기 4년전이라, 왜 진작 이걸 못?f을까 다른 어떤것보다 궁금해졌다.
맨 첫장부터 차근차근 읽어갔다. 혹시 무슨 단서가 있지않을까하는 맘으로......
또 내 남편의 과거라 생각하니 내 맘이 더 떨렸던 것 같다.
근데 별 기대와는 달리 그 나이때 느끼는 청춘의 고독이니 외로운 인생이니 하는
유치찬란한 영양가없는 웃음나는 글밖에 없었다.
또 왜그리 한자는 많이 써놨는지 봐도 알수없는페이지도 참 많앗다.
사자성어경시대회라도 나갔엇나........
그런데 드디어 내가 혹시나하고 찾던 여자이름이 나왓다. 선화, 김희진 .......
시상에, 유치찬란한 글을쓰며 코웃음치던 내 얼굴이 금새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울그락붉그락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안방에 앉아잇는 남편에게 따져묻고 싶었지만,
더 강한 단서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더 뒤지는데 이런글이 쓰여잇었다
그리운 이여 어째서 가끔 그토록 모른척 하십니까 맘은 사람속에 섞여잇으면 기쁨까지도 잊힐 정도이지만 조용해져서 어두워져서 당신의 입맞춤이 줄곧 생각납니다

남편글 그대로 옮긴겁니다. 이런글을 보고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물론 과거니까 따져 뭘하느냐하지만, 지금 내가 사랑하는 내 남자가 저토록 가슴저리게 사랑했던 여인이 잇엇다생각하니 괜한 배신감이들어 화가났다. 그래서 정리하던 책들을 그대로 두고 오만가지상상을 하며 남편뒤통수를 째려보다 괜히 퉁퉁거렸다. 난 화가나면 꽁하고잇는편이라 말을 안해버린다.
저녁때까지도 혼자 뚱해있으면서 딸한테 괜히 화풀이를 해댔다. 남편이 왜그래? 어디아파?
물었다. 그래 너 말잘햇다. 이때다 싶어 그 검은 노트를 들고와 휙 던지며 선화는 누구고 김희진은 누구며 그 뜨거운 입맞춤이 생각난 여자는 누구야? 하나도 아니고 도대체 몇 명이나 사귄거야? 그래, 입맞춤이 가슴저리게 생각나는 여자도 잇고 좋겠네. 눈물이 날뻔했다.
남편은 이 마누라가 왜이러나하며 노트를 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햇다.
내가 이런 글 쓸 재주가 있는줄아냐? 이거 어느 책에서 보고 옮긴글이다. 고걸 나보고 믿을라고? 남편은 뒤장을 쭈욱 보여주며 봐라, 다 노래가사나 시집에서 옮겨놓은 글이잖아.
해서 보니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이란 못잊어노래가사도 잇고
바람이 소리없이 소리없이 흐르는데 하는 상아의 노래도잇고
허무한 이 한밤에 잠못이루고 홀로앉아 지나가버린 이란 나는 자유인인가 라는 노래인지 시인지 그런 글도 적혀잇었다. 그래도 그 여자이름들은 뭐냐했더니 본인이 선본게
정말로 한 삼십번은 된댄다. 나를 서른둘되는해에 만낫엇다. 그러니 선한번도 안봤다면 그게 이상한거겟지만, 지금은 생각도 나지않는 한번만난 여자들이엇을거라나?
남편을 믿기로햇다, 나도 사실 짝사랑해온 남자가 숱하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은
어느 남편보다 가정적이고 성실한 착한 남편이니까.........
근데 그글 진짜 시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