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뭐, 할머니를 그렇게 좋아했
던것은 아니고... 결혼해서 살아보니... 전에 있었던 일들이 새롭
게 받아들여진달까... 그렇습니다...
할머니에 대해 아직도 남아잇는 가장 큰 느낌은 표독스러움...
할머니는 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씀은 다 하셨고, 누구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돌아가셨지요.
할머니는 뇌종양으로 돌아가셨는데 뇌종양에 걸린 사람들은 그 종양
이 위치하는 자리에 따라 증세가 다르지요. 말을 못하거나 성격이
난폭해 지거나 신체의 어느 부분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각각 증세
가 다릅니다.
할머니의 종양은 기억중추와 운동중추를 압박하는 종양이었습니다.
그래서..얼핏 보기엔 치매와 중풍이 함께 온..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사람이 아파서 드러누우니... 아무래도 주위사람들에게 그 사람의
뒤치닥꺼리를 하는 부담이 떠맡겨 지지요. 모시느니, 못모시느니,
어쩌니 하다가 최종적으로 큰아버지 댁에 계시기로 했지요.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니... 아무래도 기억이 왔다갔다
하고... 열심히 간호하는 큰엄마를 욕하고 쥐어뜯기 일쑤고...
저의 엄마는 둘째 며느리이니 역시 간호를 했구요.
고모들은 가끔 오셔서... 뭐, 이게 어떻고 저게 어떻고 왜 더 잘해
드리지 못하느냐 정성을 다 해라... 하는 택도 없는 훈수로 직접
간호하는 큰엄마와 저희 엄마를 열받게 했지요...
솔직히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왜 아들, 아들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도 하더군요. 안그런 분도 많지만 결국 마지막에 책임을 지는 것은
아들이고, 더더욱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며느리이니까요.
한방병원에 누워서 할머니는... 어떤 땐 고분고분하게, 어떤 땐
난리를 치기도 하며 잘 누워계셨습니다...
물론 몇 가지 일이 있엇죠. 갑자기 침대와주머니를 마구 뒤지며
"내 금반지랑 목걸이 어쨌어? 못된년들! 니들이 짜고 내꺼 훔쳤지?
빨리 내놔!!" 하고 없는 걸 달라고 하셔서 큰엄마와 엄마를 닦달하셨
지요. 그래두 양심은 있으셨는지 엄마가 엄마 반지랑 목걸이 빼서 드리면 "내거 아냐... 내거 내놔!!" 하시더군요.
어떤 때 병원에서 엄마가 돌아오셔서 보면 팔 같은데가 쥐어뜯겨 있
고 어깨 같은데도 퍼런 멍이 들어있기 일쑤였죠. 가끔 난폭해 지시
면 막 쥐어뜯고 때리고 하니까요.
뭐, 정신없는 노인들이 그러시듯 방금전에 식사하시고도 저의 아버
지가 보러오시면 "저년들이 지들만 먹구 나는 밥을 안줘... 배고파
죽겠어.." 그러면 식사도 못하고 병상을 지키던 큰엄마와 저의 엄마
는 허탈하시죠...
병원에선 더 있어봐야 가망이 없다고 해서 큰집에 모셔왔고 한참을
고생을 시킨후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솔직히... 할머니께 큰 정도 없고 쉰이 넘은 저의 엄마가
고생하시는게 보기 안쓰러웠기 때문에... 잘 가셨구나.. 하고 생각
했습니다. 이젠 엄마가 더이상 병원침대에서 구부리고 주무시지 않아
도 되는 구나, 큰엄마도 이제 한숨 놓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돌아가셨으니 가족들이 왔고, 고모들은 울며 불며 난리가 났더군
요. 그건 당연합니다. 고모들에겐 엄마니까요.
그런데 고모들이... 울면서.. 띄엄띄엄하는 얘기에... 전 황당하더
군요. 왜 돌아가셨느냐, 더 사셔야지, 이 좋은 세상 더 못보고,
엄마 왜 그렇게 빨리 가셨나요...(74세에 가셨는데.. 이른가요?)
자식들 고생시켜도 더 사셔야죠...
저도 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당연히 아쉽고 슬프겟지만 그래도 할
머니가 살아계시며 큰엄마와 저의 엄마를 그렇게 고생시키는 동안
꼼짝 않던 고모들이 더 사셔야 된다고 울부짖으니 정말 가증스럽더군
요.
만약 고모들이 할머니를 단 일주일이라도 간호해 보았다면 그런
소리가 나왔을까요... 하다 못해 빈말이라도 올케언니들 고생시켰는
데 이제라도 잘가셨다는 말은 왜 나오지 않는 걸까요.
찜찜한 얼굴로 할머니가 주스를 끼얹은 머리를 감고 나오는 엄마의
표정을 못봐서 그렇지요. 죽일년 소리를 밥먹듯이 들으면서도 대소변
을 치우고 시중을 들어야 하는 큰엄마의 고생을 알기나 하는지....
저의 엄마가 그러시더군요. 사람이 언제 죽을지를 모르는데, 언제
저렇게 정신이 없어질지를 모르는데 왜 그렇게 며느리들을 힘들게
(간호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하신 행동들이) 하셨는지 모르겠다고,
할머니가 어느 정도만 하셨어도 안쓰럽고 할 건데 워낙 표독을 떨어
놓으니 저렇게 되었어도 안쓰러운 마음은 하나도 없다고. 멀쩡할 때
는 멀쩡할 때 대로 사람 고생시키더니 가는 순간까지 사람 피곤하게
한다는 생각밖에 안든다고 하시더군요.
한방병원에서 간호하실 때도 시어머니 병상을 지키는 건 며느리가
많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한방병원이니 노인들이 많구요. 기저귀
갈아주고 대소변 받아주면서 한번씩 쥐어박거나 엉덩이를 때리는 며느
리도 있다고 하대요. 해준 것도 없으면서... 이렇게 고생시키는 시어
머니가 너무 미워서....
생각해 보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최후의 순간까지 옆에서
지켜주며 대소변까지 받아주고 마지막 시중을 들어주는 것은 며느리인
데 왜 그걸 모르는 시어머니들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많은 며느리들이 자신들이 해 주는 것, 그만큼을 그대
로 돌려받길 원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어머님도 내게 이만큼 해주세요.'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고맙구나.
네 덕분이다.' '올케언니, 고마워요. 못도와드려서 죄송해요.' 하
는 진정한 감사를 받기만 해도 그렇게 힘들고 허무하진 않을텐데.
쉰이 넘어서야 시집살이를 벗어난 저의 엄마... 눈가의 주름이 예전
같지 않고... 엄마보다 더 나이 많으신 분중에도 아직 못벗어난 분
도 많으실 터인데...시어머니가 돌아가셔야 고생이 끝나게 되는 현재
의 고부관계...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 by maitre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