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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사소한 행복


BY 자두 2001-08-08

사소한 것 좋아하기.

"순이 아버지, 담배꽁치에 불이 붙어서 으랏차차 으랏차차 아이고 뜨거워"

이제 두돌도 안된 어린 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전래동요를 내가 따라하면 "엄마, 안돼, 안돼"하고 소리를 친다. 그 목소리와 표정이 좋다.

벗어놓은 옷에서 나는 승민이 냄새, 실컷 뛰고 놀다 내게 안겨 요구르트를 마실 때 머리에서 나는 약간 시큼한 아기 땀냄새가 좋다.

낮잠 자다 설핏 깨서 찡찡대며 내 품에 파고들어 다시 잠들 때의 모습이 좋다.

지 아빠가 거꾸로 들어 흔들어 줄 때 흥분된 표정과 "엄마, 나좀 보세요"하고 소리치는 상기된 목소리가 좋다. 실컷 흔들어 주다 내려놓으면 애교 있는 목소리로 "또"하고 한번 더 해달라고 매달리는 모습이 좋다.

비오는 여름밤, 집안에만 있기가 답답한지 내게 떼를 써서 잠깐 마을 앞에 데리고 나가면 아스팔트 바닥의 비개울을 첨벙거리며 뛰어 다니는 뒷모습이 좋다. 젖은 바지를 벗겨주면 귀여운 엉덩이를 이리 흔들 저리 흔들며 우산 쓰고 나온 동네 누나, 형들을 천방지축 쫓아다니다 잡아끄는 내 손에 이끌려 억지로 집에 들어올 때의 뾰로통한 표정이 좋다.

멀리서 아빠 차가 보이면 "아빠'하고 외치며 초고속으로 뛰어가 아빠 차를 얻어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 때의 자랑스러운 얼굴, 가족사진속에 든 엄마, 아빠를 유심히 쳐다보다 자기도 있음을 알고 만족해하는 모습, 장난감 자동차 타고 있는 힘껏 땅을 구르며 달려나가다 그 힘을 이용해 쭉 미끄러질 때 뒷다리, 엉덩이의 작은 점이 좋다.

음 그리고,

똥누려고 힘줄 때 벌개진 얼굴, 똥싸고 싫다고 호들갑떨 때의 표정, 화장실에서 오줌 눋고 "다눴다"하고 자랑하는 모습과 아무 곳에서 오줌싸고 퉁박맞을 때의 머쓱한 표정이 좋다.

무엇보다도 그런 아들을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신랑과 가끔 감탄하며 아들 모습을 보라고 나를 부를 때의 목소리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