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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좋은 녀자


BY 바로나 2001-08-12

오늘 시댁이랑 친정엘 들렸다.
시댁은 차로 20분 거리에 사시구 친정은 시댁서 10분 정도.....
시댁은 교회를 나가시기 때문에 11시쯤 맞춰 교회로 나가면 된다.
예배 보구(전 무교지만....) 교회에서 점심을 먹으니 내가 밥하고 그런건 해본적이 없다.
게다가 가게를 하시기 때문에 집에 들어갈 일이 없구 가게에서 티비 보다 어머님이 주시는 음료수 마시구 놀다가 싸주시는 음식 바리바리 챙겨서 2시나 3시쯤 시댁에서 나온다.
당연히 시어머님 온김에 친정도 들리라고 하시구 친정에 갔다 주라구 고기나 과일두 챙기시구.....
그렇게 친정에 들렸다.
아빠는 일요일이라 집에서 책 보시구 엄마는 우리가 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구.....
우린 시댁이나 친정이나 아들,딸 둘만 있어 자식 사랑이 유별나시다.
나두 우리 신랑두.....
가면 먹을걸 왜그리 많이두 주시는지 배가 터지게 먹구 또먹구 수다 실컷 떨구 누워서 게으름 피다가 온다.
시댁 어른들 두분다 젊으셔서 아직 돈벌이 하신다.
친정아빠도 능력이 좋으셔서 아직 직장생활 하시구.....
용돈?
우리가 명절이면 받아 온다.
우리신랑 어쩌다 한번(한달에 한두번?) 시댁가는날이면 참 좋아한다.
하지만 나보구 가자구 닥달하진 않는다.
오히려 친정을 더 챙긴다.
아버님 쉬는 날인데 가보자구 아님 처남 와있는데 가자구.....어머님 힘드신데 가서 도와 주라구....
시댁갈땐 머 내가 알아서 좀 챙기긴 하지만 친정가면 우리신랑 먼저 나서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온다.
아버님 이거 좋아하시는데 어머님 저번에 이거 잘드시던데.....처남 이거 사주면 좋아하겠다.하구....
난 전생에 얼마나 팔자가 드러웠길래 이리도 편하게 사는가?
가끔은 이런 현실이 두려울때도 있다.
얼마나 갈까?
이제 결혼 3년차.
우리신랑 결혼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 짜증도 많이 내구 밥하기 귀찮아 외식타령 자주 하구 잔소리도 많다.
이런 내게 어쩜 이리도 잘하는지.....
오늘 문득 이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지 느꼇다.
정말 시댁에 잘해야 게따.
나 음식두 잘 못하구 잠두 많구 말두 이쁘게 못하구 정말 헛점 투성이다.
이런내게 우리 시어머님 잔소리 한번 한적 없다.
오히려 알뜰하다며 칭찬하신다.
그럴땐 ?I히 멋적다.
시댁가서 내손으로 밥한번 한적 없구 무슨 날이면 장사하시느라 바쁘셔서 사먹거나 시켜 드신다.
난 정말 팔자가 좋은것 같다.
예전에 친정 동생이 제대 할때 쯤이다.
신랑이랑 같이 테크노마트에 구경을 간적이 있다.
펌프라는 디디알 종류가 5만원에 팔았는데 나 사주고 싶었지만 그땐 신혼초라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서 여유가 없어 못사줬다.
그리구 오디오 파는델 구경했는데 유난히 엠피쓰리에 관심을 가지는 동생.....ㅠ.ㅠ
맘같아선 카드루 긁구 싶었지만 참았다.
그리구 차에 타서 집으루 오는데 신랑이 그런다.
처남 뒤에 쇼핑백 풀러봐.
ㅠ.ㅠ
눈물이 핑 돌았다.
펌프랑 삼성 옙 엠피쓰리가 들어 있었다.
동생은 입이 찢어 지구 난 눈물이 날것 같았다.
신혼때라 그러는지 알았는데 그 뒤로두 대학 다니는 처남 용돈으루 10만원식 나몰래 주구 필요한 컴퓨터 용품두 몇번을 사줬다.
자취한다구 힘들다며 만나면 늘 갈비며 좋아하는 고기 실컷먹으라구 사준다.
나 이거 하나만으루두 우리신랑 업구 다녀야 한다.
이뻐 죽겠다.
시댁에두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상 모든 남편들.
우리 신랑 반만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속썩이는 남편들 얘기 들으면 이런 내 사정 말하기도 미안하다.
어디다 얘기 해본적도 없지만 늘 고맙구 미안한대도 말을 못했다.
오늘 말해야 겠다.
고맙다고 나도 잘할거라고......
지금처럼만....아니 좀 못해도 좋다.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 이쁘다.
여러분들.....
저 너무 욕하지 마세요.
구냥 생각나는대로 쓴건데 어디다 좋아서 말해본적은 없어요.
저 너무 팔자 좋은 여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