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생각 1.
충열아파트(부산 안락동) 앞 화단에서 문득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듣고 가을이 오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그 전 부터 울고 있던 귀뚜라미인데 이제야 그 소릴 듣고 가을이 온다고 생각하는 창고지기의 귀가 너무 자기 중심적일 수도 있구요.
이맘 때 쯤 시골 마을 어귀에 꼭 한 그루씩 있기 마련인 오래된 느티나무 또는 돌무더기를 가득 안고 있는 성황당 나무 밑에는 마지막 가는 여름을 붙잡고 매미소리가 낭자히 흩어지지요.
뭐, 나무밑의 촌부들이야 비교적 한가한 늦여름을 보내고 나면 곳간이 풍성해 질 터이니 여름이 가는 것이 뭐에 그리 애닯을까 마는 매미 자신은 긴 생애의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것이니 그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우리 고향에도 제가 어릴적부터, 또 우리 할아버지들이 어릴적 부터 타고 놀았던 느티나무가 있었지요. 지금은 그 자리에 마을 회관이 들어서 있지만 제가 군에를 갈 적만해도 그 모습 그대로 였는데, 군복무를 마지고 와보니 벼락을 맞아 한 쪽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결국 복학을 하고 학교를 미처 졸업하기전에 느티나무는 없어지고 마을회관에 자리를 양보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느티나무 밑에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동네사람들에게 좋은 집을 주고 갔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겠지요.
그 느티나무 밑에는 보통때는 두문불출하시다가 여름만 되면 나타나서는 동네 아이들에게 손금이나 관상을 보아주고는 라면 부스러기등을 얻어 자시곤하던 온 몸에 용문신을 하신 할아버지가 계셨지요. 지금 생각하면 신기루 같은 노인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노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에 가면, 아주 잘 지어진 동네 회관에 가면 그 할아버지랑 지금은 각처로 흩어진 설 명절에나 한번씩 마주치는 친구들 생각이 납니다.
가을이 생각나는 날 아침에
창고지기 하재윤 드림
놀러오세요

전문 웹에딥터가 아니라 순수 html 로 만들어서 볼품이 없습니만(그래도 보름 이상 고생꽤나 했습니다)
님들께서도 공부해 보세요. 인생이 재미있어집니다.
안뇽~ 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