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야그니 벌써 어언 몇몇해련가...
에공, 세월이 유수라더니, 강산이 몇번이나 바뀌었네...
당시에는 두 분의 체육 선생님이 계셨는데
한 분은 별명이 '구라'였고
다른 한 분은 '에니원(anyone)'였었지.
구라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우스개 얘기를 많이 했다.
얘기거리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했다 해서 별명이 구라다.
에니원 선생님은 질문을 하고 꼭 "에니원?"하고
자기가 먼저 손을 드는 것이다. 즉 "누구 아는 사람 없어?"
이것을 꼭 "에니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 날도 이 구라 선생님이 입이 근질근질하여
자신이 교직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어서 영등포에 있는
모 여학교에 근무할 때 있었던 실수담을 들려주는거야.
그러니 새파랗게 젊은 총각선생때 야그지.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도 남자교사가 여학교에 근무하는 것은
여러 가지 신경이 쓰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예비 숙녀들 한참 바지한테 관심 많을 때라서...
남자 선생님들은 언행에 조심해야 하고,
복장에 신경을 써야하고.
또 여학생들과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나.
괜히 학생들이 "누구누구하고 어느어느 션생허구
썸씽이 있다카더라!!"하고 '카더라 통신'을 유포시키고
해서.
특히나 체육 선생님들은 체육복을 입을 때
양복바지 형태의 것을 빳빳하게 다려서
줄을 세워 입어야 했단다. 왜냐 하면, 면으로
된 달라붙는 것을 입으면 남자의 상징이
볼~록하게 튀어나와서 뭇 여학생들의 시선을
자극할 까봐 못입게 했단다.
그런데 그 양복바지 형태의 체육복은
앞부분에 지퍼가 달려 있어서 특별히
열려있지 않도록 더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랴, 아무리 주의를 해도
인간인 이상 실수는 있는 법.
하루는 체육시간이 되어서 연단에 올라가서
집합을 시키고 반장에게서 인사를 받는데
반장이 억지로 웃음을 참으면서 인사를 간신히 하드라나.
그래서 "제가 무슨 날아가는 참새 ~ ~를 봤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가만히 눈치를 보니 다른 학생들도 다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싹 들더래.
그래서 생각해보니 자기의 지퍼가
열린 것이 틀림없는데.
좀 경력이 되었다면 얼른 돌아서서 지퍼를 올렸을텐데,
이 순진한 총각선생님 그런 생각이
떠오를리가 있나 당황혀서.
참말로 죽을 맛이지.
여고생들 앞에서 연단에 서가지고 지퍼를 올릴 수는 없고
참, 얼굴이 화끈거리고 이 총각선생님 땀이 날 정도로 죽겠더래.
시간은 아직 멀었고 그렇다고
남대문 열어놓고 수업을 할 수는 없고...
그런데 돌연 하느님이 이 난처한 상활을 아셨는지
구세주를 한명 보내주셨으니...
멀리서 같이 수업을 하는 고참 체육교사가 이것을 눈치채고는
슬슬 걸어 오더래.
그 선생님은 경력도 대빵 많고 여학교에 오래 있어서
뱃속에 능구렁이가 몇 마리가 들어있는 도사선생이었대.
이 고참 선생 가까이 오더니 갑자기 여학생들에게
"뒤로 돌아~~!"하고 구령을 하니
여학생들이 안 돌 수 있나. 뒤로 돌은 거지
그래서 어쩔 줄 몰라하던 구라 선생님
기회는 이때다 하고 얼른 남대문 지퍼를
올린거지 머. 그러자 그 구원자 체육선생님
다시 "뒤로 돌아~~!"하고 구령을 하니
여학생들이 뒤로 돌아서 보니 체육선생님의
열렸던 남대문이 닫힌거야.
그래서 일제히 깔깔대고 웃고 말았다지.
그래서 그 구라선생님 운동장 체육수업이 있으면
남대문 구멍을 살피고 또 살피서
"자나깨나 남대문, 열려있나 다시 보자!"
하고 조심을 혔다는 야그.
에이구! 그놈의 남대문 속에 뭐시 들어 있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