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05

우째 이런 일이!


BY 느티나무 2001-08-24

지금은 시골까지 주택이 개량되어서 보일러 난방시설에다,
입식 부억에, 양변기 등등 도시의 아파트와 똑같은 구조다.
즉, 시골이나 대도시나 문화적인 차이가 별로 없다.


그런데 지금 부터 20년 전만해도 대도시에도 아파트가
많지 않았고 시골에는 개량주택이 없었고 화장실도
수세식이 아닌 푸세식이었다. 이래서 시골 사람들 이나
도시에 살아도 양변기를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수세식 양변기를 사용하려다 웃지 못할 실수를 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이 느티나무도 예외는 아니지. 촌놈 중에도 상촌놈이었으니.
때는 바야흐로 지금부터 몇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호랑이가 담배는 피지 않았어도 우리나라 가난한 사람들
보리고개 넘기가 어려워 봄이면 누렇게 얼굴이 뜰 때다.


40대 아컴님들은 다 아시겠지만 그 때는 중학교 고등학교도
다 입학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때이다. 나도 충남부여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시험을 치러 형님과 같이 올라왔다.
시외버스를 타고 천안까지 와서 서울행으로 갈아탔는데 야,
천안에 내리니 차들이 왜 그리 많이 다니는지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 서울에 와서 용산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이거 차들이 천안보다 몇 배가 많이 다녀서 현기증이 다 났다.


서울에 큰 누나가 살어 시험기간 동안 잠은 누나집서 자게되었다.
가까이 사는 5촌 당숙댁에서 잠을 하룻밤 잤는데 그 5촌 당숙은
당시 대기업 회장이니 대단히 잘사는 집이었다. 당근, 집도 3층
양옥인데 참 으리으리하더라. 당시에 정원에 풀장이 있으면 대단한
집이었는데 정원에 풀장을 만들어 놓고 일하는 사람들이 물에
이물질이 뜨면 건져내고 있더라. 촌놈 눈돌아갈 정도였지.


그런데 그날 저녁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볼일도 봐야 하는데 형님과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어리둥절
해졌다. 화장실에 들어가니 뭐가 변기이고 뭐가 세면기인지
알수가 있어야지. 또 샤워기도 있고. 그래서 일단 소변이 급해서
세면기에다 소변을 보고 나니 세수를 할데가 없다. 그래서
양변기를 아무리 봐도 세면을 하게 되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다시 소변을 본 세면기를 깨끗이 비누로 닦고 나서 세수를 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세면기에 발까지 닦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비누로 깨끗이 닦아놓고 나왔다. 그 사이 누가 들어올까봐
얼마나 마음을 조렸든지 지금 생각해도 땀이나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만 그런 실수를 한게 아니었다.
어떤 시골 아줌마는 푸세식 화장실만 사용하다 수세식 양변기를
처음 보니 양변기에 두 발을 올려놓고 앉아서 일을 봤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화장실 문화도 점점 더 발전하여 비데가 달린
변기가 나오는데 여성청결제가 나오는 모 제약회사 사장님이
파리로 출장을 가서 호텔에 투숙을 했다 한다. 그 분은 직업상
화장실에 관심이 많아 유심히 살피는데 변기가 하도 복잡해서
이것 저것 눌러보니 변기에서 분수처럼 물이 나오더라나.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용도를 몰라서 "아, 이거는 입냄새 나지 말라고
입을 헹구는 거구나" 하고 그 물로 입을 헹구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거 주부님들 방에 와서 냄새나는 화장실 얘기만 해서 잿털이
날아오지 않을가 모르겠네, 빨리 도망가야지...(ㅋㅋㅋㅎㅎㅎ)


아컴님들 좋은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