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북한산엘 갔다. 오랜만의 등산이라 힘들 줄 알았는데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은 터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몸이 가벼웠다. 산에서 먹을거리는 그 근처에서 김밥과 과일을 사 가기로 했는데, 아침 일찍 (갑자기) 냉장고에 있는 것을 다 꺼내 4명의 도시락, 커피, 과일, 물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가 밥을 싸오겠다고 하기에 "다 싸 놨어." 그랬더니 놀래면서도 반가워하는 기색이다. "시간 약속이라면 칼"인 친구들이 15분, 5분, 2분전에 어김없이 나타났다. 역시 멋 있는 친구들이라고 한껏 칭찬을 하고는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더워 멀리는 못 가고 힘에 닿는 데까지 가서 점심을 펼쳐 놓고 먹는데 친구들이 어찌나 맛있게 먹든지 나도 모르게 "다음에 관악산 갈 때도 내가 김밥을 싸올게" 그랬더니 친구들이 좋아라고 고마워하는 모습이 천진스럽고 귀여웠다. 사실은 내가 부지런한 사람도, 이타적인 사람도, 음식 솜씨가 좋은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 스스로 좋아서 신나서 정성껏 도시락 반찬을 만들어 간 이유는 어제 밤에 책을 읽다가 "저희가 도와주고 축복하는 사람들의 행복에서 저희의 행복을 찾을 것이다"라는 글을 읽고 감화를 받아 실천했을 쁜인데 별것도 아닌 것을 먹으면서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남은 반찬을 서로 가져 가겠다고 하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더 행복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