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평수가 아주 작은 서민 아파트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초동학생 정도의 자녀를 둔
젊은 새댁들이고 나또래의 사람은 거의
만나기가 힘드는데...
이 작은 아파트조차도 내집이 아닌 남의집이다.
생각해보면 있는거 없는거 다 떨어먹고
지금 이나이에 남의집 살이가 남보기에
얼마나 처량해 보일까?
오늘은 우리집의 주인되는분이 놀러를 왔었는데...
여느집처럼 어린 애들이 없다보니
벽에 낙서도 없지 어질르지도 않지
깨끗하게 치워놓은걸 보고선 기분이 좋은지
이집에 오래 오래 있으란다.
오래 오래라...
그소리를 듣고나니 마음이 착찹해져왔다.
여태 집걱정같은건 해본적이 없었다.
이집에 이사올때만 하드라도 그랬다.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돌아서니 벽이라...
청소할거 없어서 편하다고 위로아닌 위로를 했다.
그때만 하드라도 남편의 능력을 믿었다.
잠깐만 지나고나면 예전처럼 넓은집에서
살게 해주겠지.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집에 안주하기 시작했고
남편의 능력이 못미더워지기 시작했다.
본인이 들으면 물론 자존심 상하겠지만
돈이란게 벌 시기가 있는거...
호황일때는 저절로 벌리든 돈도
불황일땐 악쓰며 노력해도 안된다는 진리를
조금씩 터득하면 좋으련만....
먹고 사는거?
그건 걱정없다치자.
근데 이 서울 바닥에서 언제 집을 장만하게 될까?
이나이에 생각하면 아득하다.
점점 나이들어가는 남편.
나이들어감에따라 본인도 자신감이 없어지겠지.
생활비라면서 흰봉투를 내밀든 남편의 손길이
갈수록 얇아지는 봉투의 무게만큼이나 힘이 없는거
같아서 안스럽다.
힘을 실어 줘야 하는데...
내가 뭔 힘이 있나.
이럴때는 능력있는 여자가 너무나 부러워진다.
딩동~
남편이다.
'이도희 힘없는데 이거 고아 먹어라'
어디가서 가물치 한마리를 얻어와선 날 고아먹어란다.
'내가 얼라 낳았남?"
말은 그렇게 하지만...속은 울컥 눈물이 치쏟는다.
그래. 집도 절도 없어도 이것도 행복이어라.
억지로 쓸쓸한 자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