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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한 지갑........


BY 고무다라이 2001-08-31

울 남편은 동전 사용을 잘 안합니다. 넣고 있어봐야 돈도 안되고(?) 주머니만 무겁구 어딜가나 짤랑거린다구...
그러면서 집에 있는 돼지에 열씸히 밥을 주지요...
울 집 TV위에는 돼지가 두마리 있거든요.
500원짜리만 먹는 작은 돼지... 100원 짜리만 먹는 큰 돼지...

500원짜리 돼지통이 꽉 찼습니다.
작년엔 그 돈으로 오디오를 샀지요.(혼수로 장만할랬는데, 집에 있는거 쓰자고 해서리 들고 왔는데 덩치만 크고 별로더군요... 그래서)

2일전에 깼습니다.
배를 자르고 동전을 헤아려보니 187,000원...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 돈으로 뭐 할껀지 물어보니, 대답이 없더군요.
그래서 그 돈... 내가 쓴다...그랬더니 써라고... 이쁜 옷이라고 한번 사 입으라고 합니다.

사실 이쁜 옷 한벌은 못사지요...
하지만..그 맘이 고맙잖아요.
시장보구 와서 남는 동전을 미리 치우지 못하고 있으면 울 남편 냉큼 달려가 그 돈 돼지한테 넣구, 전 또 그 돈 넣는다고 막 화내구 그랬거든요...

어제 은행에 가서 동전을 바꿨답니다.
아저씨 꼬셔서 새돈으로 받았지요...

그 돈이 지갑속에 있습니다.
거의 모든 분들이 그렇듯이 저 아가씨땐, 그런 공돈 생기면 당연히 술먹거나, 친구들 모아서 쏜다...했을테지만, 결혼하구 동전하나에두 벌벌떠니 그 돈을 맘대로 쓰겠습니까?

사실 돈 바꿔 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청바지 하나 살까? 한 십만원하면 되니, 그래도 돈 남네...그걸구 티도 하나...
이러면서 울 딸아이 유모차에 끌고 왔지요...

집에 와서 지갑을 보니.. 뿌듯합니다.
월급받아서 세금내고 뭐 내구... 이러고 나면 정말 돈 몇푼 없이 살았는데 말입니다...
아마 저 이돈 오랫동안 못 쓸것 같아요.
그냥 저냥 지갑에 넣어놓구 돈 쓸때마다 지갑 열어보면서 행복해 하는게 더 나을것 같아서요...

오늘 문방구라도 가서 또 돼지 한마리 사 와야 겠네요...남편을 위해서... 또 돼지 배째고 행복해할 나를 위해서...^^

100원짜리 돼지는 아직 2/3정도 밖에 안 찬 관계로 담달이나 되어야 배를 쨀것 같아요...그럼 담달에도 행복하겠죠?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