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분명 가을은 가을인가부다. 기묘한 것은 그 친구가 내 남편과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키, 용모,유머어의 귀재... 다행이도 나의 남편은 존경 받을만 하고, 착하기 때문에 이 결혼의 선택에 대해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그러면서도 우연히 길거리에서 첫사랑을 한번 만났으면하는 기대를 안고 산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행운까지는 오지않았다.
지난 봄에 일주일동안 남해안를 여행하면서 친구들에게는 내색 안했지만 그의 고향을 지날 때는 감정이 묘했다. 어디서 그가 나타나 주었으면하고 바랬으나 어리석은 일이었다.
고3 때였다. "종교모임"의 오락시간에 그 친구가 나와서 그의 애창곡 "아! 세월은 잘 간다 아이 아이 아이"를 부르면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 주체할 바를 몰랐다. 그 친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데 혼자 짝사랑하느라 마음을 많이 태웠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 입시 때문에 이제부터는 모임에 못 나오겠다며 한달에 한번씩만 만나 줄 수 없느냐는 말을 했을때 그야말로 황공무지였다. 한달에 한번은, 보름에 한번, 일주일, 하루에 한번으로 좁혀졌다. 그래도 대학엔 용케들 들어갔다.
대학 졸업하고 몇년이 지난 어느날부터 우리 집에선 결혼이야기가 나왔고, 그 집안의 맏며느리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 친구를 이해시킨 끝에 마지막 만나는 날이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없이 십년 후 *년 12월 24일 새벽 5시에(지금 생각하면 왜 그 시간이었는지?) *에서 만나기로하고 아쉬운 이별을 했다.
세월은 흘러 흘러 그날이 왔다. 시간은 점점 다가왔으나 나가지 않았다. 그저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잘 살수 있기만을 바라며....아마 그의 성격엔 틀림없이 나왔으리라 믿는다. 그 친구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그날 아주 혹독하게 추웠는데... 내내 미안 했지만 헤어질 때의 여건과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져서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나 지금 너무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라는 한마디...
아! 진정 가을은 가을인가부다. 그의 노래소리 한번만 더 듣고 싶다."아 세월은 잘간다 아이 아이 아이....
(아니 웬 눈물 한방울이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