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서열높은 종가집이다보니
명절이면 찾아오는 제관들이 많아서
음식을 엄청 많이 장만해야 한다.
물가가 좀 비싼가?
4대 제사에다 작은 할머니 한분까지 지내야하니
돈드는거랑 힘드는게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고 제사지내러 오는 사람 오지말라 할수도 없고
또 오는 사람한테 맹물을 줄수는 없잖은가?
올해는 남편이 사업하다 몽땅 떨어먹은해라...
장을 볼때마다 첨엔 계산기 두들겨댔지만 조금 있다간
에라이 모르겠다.
명절인데 싫컨 먹고 먹이자싶어 돈계산은
두눈 질끈 감아버리고 무조건 옛날처럼
푸짐하게 장만했다.
더구나 명절 담날 노는날이 이틀이나 있으니...
(이러다가 살림 말아먹지...흑흑)
나이드신 제관들은 인제 거의 다 돌아가셨는데
그 아들들이 빼먹지 않고 명절제사에 꼭꼭 참석한다.
사실은 좀 안와줬으면 하는 맘이 더 많다.
이번 추석에도 예나 마찬가지로 마누라랑 애들을 델고 왔는데...
좁은집으로 이사하고 첨 맞는 명절이라 각오는 했지만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거실. 방. 베란다까지 애. 어른으로 득실하고...부?H치고..
제사 지내고나면 먼저온 팀은 좀 빨리 빨리 가주면 좋겠는데
울집 제관들은 세월아 네월아 읊으며 갈 생각을 안한다.
그러니 인사차 온 친정 조카들 패까지 합쳐지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그넘의 망국적인 궁민 오락판이
안벌어질수가 없다.
도데체 48장자리 동양화는 누가 만들어냈는지 진짜 신기하다.
이건 촌수도 학력도 지위도 필요없다.
친정조카와 시집쪽 식구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사돈이고 어려운 자린데 울집엔 무조건 형님동생이 되는
웃기는 촌수로 둔갑을 해버린다.
남편이 혀를 끌끌 차지만 지들이 그러는데 어쩌랴.
엊저녁에 남편몰래 동양화 한판 사놓은걸
담요랑 슬며시 밀어놓아줬다.
민화토도 못치는 남편은 고스톱 같은걸하면
완전 집안 망하는줄 아는 고지식한 사람이라...
전부 눈치를 보면서도 내 빽을 믿고 싱글벙글
동양화 공부시작.
당연히 나도 한다리 낑기는데...ㅎㅎㅎ
근데 올해는 이변이...
작년에 얼라 낳은 조카가 두넘이나 되는데다
집이 좁다보니 애들땜시 동양화공부에 방해가 되는기라.
당연히 날보고 빠지고 애를 보란다.
나쁜 잉간들.
할수있남.
자그마치 5명이나 되는 애들을 골방에 가두어 놓고
보모노릇이나 해야지...흑흑.
선수로 뛸려고 남편보고 얼라들 좀 보라니까
눈을 팍 꼴시는데 에구 무시라~
치사하고 더러버서 내가 보는게 낫겠다.
안그래도 고스톱판 벌어진다고 못마땅해 하는데
잘못하면 분위기 깨니까 테레비나 벗 삼으라고
얼른 독방으로 밀어넣었다.
애들 보는거....
어느 며느리가 시엄니보고 그랬다나.
노느니 애 보라고....
근데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한넘 달래고 나니 또 다른넘이 소리지르고
또또또...
첨엔 부드럽고 좋은말로 달랬드니 이넘들이
날 우습게 보는거라...
할수없이 회초리를 찾았는데 애들 길렀는지가
언제라고 회초리가 있을턱이 있남.
빨간색 파리채가 눈에 뜨이길레 무조건 파리채로
때리는 마귀할멈이 되기 시작할밖에.
즈 어미들은 내가 애들 때리는데도 눈도 깜짝 안하고
웃기만 한다.
참나~
다들 누어서 자라고 했드니 한넘도
자는넘이 없다.
애구 힘빠지고 기운빠지고...장난이 아니었다.
선수 교체를 해야 하는데...
맘은 콩밭에 가 있는데...
잠깐 한눈 파는 사이 어느틈에 한넘이 기어나가서
동양화 판을 화악 뒤집어 엎어버렸다.
얼라가 뭔 죄있나.
당연히 원망은 내 한테로...
애구 이넘들아
시방 이집이 뉘집이냐?
객이 주인 밀쳐놓고 큰소리치네.
할수없이 팔짜에 없는 보모 할매가되어
전속으로 애들이나 돌볼밖에...
나이먹었으니 애나 봐란 저 잉간들.
니들도 나이 안먹을줄 아냐?
애들 볼기짝이나 치면서 화플이하며
하루해를 보냈다.
지발 젊은 사람들아.
나이먹은 사람한테 얼라 맡기지 말거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