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아들의 면회를 다녀왔지요.
추석때 그놈이 빠진 제사를 지내고나니
너무 쓸쓸했거든요.
걸음마 할때부터 장손집의 제관이 되어
절을 하든놈였는데 이번 추석은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보여서요.
또 그며칠전이 아들놈 생일였기에 더 기분이 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좋았지만
철조망속의 하늘은 땀냄새가 나드군요.
이제 말년 병장이라 고생은 끝났다지만
그래도 젖은 가랑잎에도 조심해야한다는 시기가
또 말년 병장이라네요.
애비.어미닮아 먹성좋게 이것저것 먹는 넘을
쳐다보고 있자니 왜 그렇게 흐뭇한지요.
세월 참 빨리 지나갑니다.
군대 하루가 바같세계의 1달과 맞먹는 다지만
훈병시절이 어제같았는데 벌써 제대가 눈앞에 보이니까요.
아들들은 더 자랄꺼고 우리 부모들은 인제 늙어가겠지요.
그리고 민들레 홀씨되어 영영 떠나보내고...
찰떡을 해갔습니다.
옛날에 면회가는데 떡해가는 엄마보고
촌스럽게 떡을 해간다고 웃은적이 있었지요.
인제 내가 바로 그 촌스런 엄마가 되었습니다.
떡구경을 못하니 떡먹고 싶다는 소리를 지나치지않았든
촌스런 엄마의 깊은뜻을 인제 이해합니다
산더덕도 캐보고 영지도 따봤다는 아들놈의 손은 거칠었지만
그속에 힘이 있었고 자랑스러움이 넘쳤습니다.
그래요
군대 보내기 잘했습니다.
할수만 있다면 안보내고 싶었든 군대입니다.
다른 아들 갈때는 자랑스러웠지만 내 아들이 간다니까
26개월이 아까웠고 고생하는게 가슴 저렸지요.
있는 사람들. 높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안보낼려는 군대를
내 아들은 억울하지만 울면서 보내야 했습니다.
그 억울했든 맘이 이젠 자랑스러움과 대견함으로
바뀌어졌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2년여의 세월은 아들의 인생에
또다른 토양이 되겠지요.
댓가없이 바친 순수한 청춘입니다.
그래서 더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한무리의 아들들이 군가를 부르면서 지나갈때마다
그 아들의 엄마들을 생각해보고 숙연해졌습니다.
어미의 맘으론 도저히 시킬수없는 저 고통스럽고
힘든 행진.
그래서 군대하루가 사회의 한달하고 맞먹는다는 소리가
나온거겠지요.
자랑스럽습니다.
아무런 과오없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말년병장이 된
내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5분대기조라 전쟁터지면 제일먼저 제 일선에 나서야했던 아들.
그래서 지들은 국방부 소모품이라고 너스레를 떨든 아들.
그 아들이 올해만 가면 최전방에서 다시 어미품으로 돌아옵니다.
그때 또다시 떡을 할 생각입니다.
자신의 걱정은 전혀 하지말라든 아들의 듬직한 목소리가
긴 여운으로 남아 있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하늘이 더욱 높고 푸르네요.
나도 누군가에게 외치고 싶습니다.
인생은 아름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