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2편중에 염불도 못하는 음치 이야기가 있다. 너무 재미가 있어서 처음엔 소리를 내지 않고 웃었다. 그런데 갈 수록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도저히 소리내지 않고는 웃을 수 없어서,소리 내어 웃는 것도 모자라서 눈물까지 흘려가면 웃었다.
그 이야기를 여기에 옮기면, 유홍준씨 친구분 중에 안양노라는 분이 있는데, 그는 음치의 특징과 미덕을 끝까지 지켜 오고 있다고 한다. 그 특징과 미덕이란 첫째로 노래를 시키면 결코 사양하지 않는 점
둘째로 곡목을 항시 길고 어렵고 멋있는 것만 부르는점 셋째는 가사만은 정확하게 전달하는점 넷째 좋은 노래를 만나면 부단히 연습하여 새 곡을 준비하는 것 등이다. 유신헌법이 시행되어 독재의 칼날이 서슬 푸른시절 양조는 후배들과 유신헌법 철폐를 외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그래서 지명수배령이 내려져는데 양노는 용케도 삼엄한 경계를 ?W고 빠져 나가 광주시내에 있던 향림선원에 행저로 들어갔다. 절집 생활이 시작되면서 아침과 저녁 예불에 침례하고, 목탁 두드리며 열심히 염불을 외면서 충실한 행자로 몸을 숨겼는데 그때 가장 큰 고통이 목탁 치면서 박자를 못 맞춘다고 주지스님께 꾸지람 들은 것이었다.그런데 예불을 드리다 보니 그것이 기막히게 멋있는 음악인 것을 알게 되어 때마다 큰소리로 따라 하였다는데, 그러던 어느날 주지스님이 양노를 조용히 불러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자네 우리끼리 예불드릴 때는 큰소리로 해도 되지만, 칠석날이나 사십구재 지낼 때 대중들이 모이면 자네는 염불하지 말고 절만 열심히 하게 박자가 틀려 염불에 김이 빠지고 우리 절의 권위와 품위가 살아나질 않아요".이 재미 있는 이야기를 나 혼자 웃기에는 너무 아까워 성원아빠에게 이야기해 주려니까 된다면서 싫어 했다.그럼 관두라지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안 듣는 사람이 손해지 뭐 하며 나는 누구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어 입이 근지러워서 미칠지경이 였다. 그래서
나는 금방 있었던 일도 잘 기억을 못하는 형편이 여서 수첩을 꺼내어 열심히 적었다. 그러다가 제사장 보러 가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적던 수첩을 넘겨 제사장 볼 목록을 적어 놓고 다시 쓰던 곳으로 넘겨 부지런히 쓰고 있는데, 성원아ㅃ가 "제사장 보러 가자"하길래 나는 쓰던걸 나두고 옷 갈아 입고 나가다, 아참 아까 제사장 볼 것 써 놓아지 하고 들어와 내용은 보지도 않고 쭈~욱 찢어서 바지 뒤주머니에 넣고 까르프로 갔다.
까르프에 도착해 이것저것 바구니카에 담는데 성원아빠가 "살 것 적어오지 왜 안적어 와냐고" 하길래, 나는 당당하게 자신감 넘치게 바지 뒤주머니에서 종이 쪽지를 내보이면서 "써와지"하면 반 접어진 쪽지를 펼쳤다.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내가 분명히 사과, 배,감 이렇게 써져 있는걸 찍어 왔는 것 같은데.....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성원아빠가 "왜""아니" 하면서 다시 확인한 쪽지에는 글쎄 아까 그 음치 이야기르 쓰다만 것이 써져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아뿔사 "응 다른 걸 찢어 왔어"하니 그럼 그러치 하는 눈빛으로 "내 그럴 줄 알았다" 하는 것이다. 좀 전의 당당함과 자신감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힘없이 웃었다. 그런 나를 보더니 바구니카를 밀고 가버렸다. 이렇게 나의 실수로 인해 나는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