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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에 대한 추억


BY 물봉선 2001-10-26

오늘은 모처럼 아기를 친정엄마에게 맡겨 놓고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어느덧 길거리의 은행나무들은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내 마음도 계절을 타서 그런지 가슴이 시려옵니다.

아기가 생기고는 없어진 줄 알았던 계절병이 다시 도지려나 봅니다.
거리를 걷다가 두 부부가 하는 핫도그집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핫도그!

울 신랑은 그렇게 좋아하는 핫도그를 전 절대로 먹질 않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때문인지...
핫도그를 보니 갑자기 한 개 먹고 싶다는 생각에
핫도그를 샀습니다.
하나에 500원
한 입 먹어보고는 별 맛도 없는 것을 왜 샀을까 후회를 합니다.

핫도그 하면 생각나는 20여년 전의 희미한 기억 하나!

저희는 6남매입니다.
전 다섯번째 밑으루 남동생 하나
울 큰언니 저랑 13살 차이가 나죠

울 큰어닌 너무 힘든 살림에 엄마가 너라도 편하게 살라고 23살 어린나이에 8살많은 남자와 결혼을 시켰지요.
그런데 편하게 살라고 시킨 결혼은
계속되는 폭행과 폭언 그리고 시어머니의 끊임없는 구박
힘든 시집살이 연속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기만 한 언니가 무얼 알았을까요
그때 저와 동생은 초등학생이였슴다
언니는 시집을 갔어도 힘든 살림때문에 계속 장사를 해야 했지요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언니가 했던 핫도그 장사

이제 태어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아기를 등에 업고 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흘리면서 핫도그를 굽고 도너츠를 튀기고
어린 저와 동생은 그것이 왜 그리도 맛있게 보였는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터라 자주 놀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핫도그가 먹고 싶어서 였겠지요

놀러라도 가면 언니는 어린 동생들한테 먹이고 싶어하고
형부라는 사람은 먹일까봐 눈치주고
우리가 가기 전 까지는 절대로 그 자리를 비우지 않았던 사람

어린맘에 먹고 싶은 마음만 간절할 뿐
어린 동생들한테 먹이지 못하는 언니의 심정같은 것은 이해하지도 못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언니가 마음이 아팠을까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는 그때의 기억이 오늘 이렇게 가슴저리게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계절탓이 아닐까 합니다.

그 언니는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고생을 하고 있고...
그래도 전 착한 신랑 만나서 예쁜 딸 낳고 잘 살고 있는데...

고생했던 어린시절
가정엔 관심없던 아버지 만나
보냈던 나의 어린시절이 오늘은
자꾸 내 가슴을 멍들게 합니다.
아마도 가을병이 너무나 깊게 들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