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너무 거창한 말인거 같아..입에 담기도 좀..그렇군. 난..단지 도시의 번잡함을 떠나..조용한 시골로 왔을 뿐인데.. 아직..집이 완성되지 않아 임시거처에서 살지만.. 오히려..집 지을 곳보다..더 들어온..평온한 이 곳이..더 편한것 같네.. 경사를 너무나 싫어하는 나.. 이곳은 너무나 평온한 평지지.. 창문밖에 멀리 보이는 밤나무 풍경이 너무나 이쁜.. 멀리..축사 까지도..멋지게 보이는..후후. 그 축사에서 원정오는 파리들 때문에.. 아이들은 파라사냥을 즐기지만.. 정작 들어가 살 곳은..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경사..으.. 어쩌면..우리집이 아니기 때문에..더 편한 그런 생활이야 어제는 가까이 사시는 서울 ㄷ중학교 ㅇ선생님이란 분댁에서 삼겹살 초대가 있어서 다녀왔지.. 강가에..너무나 편안한 평지에 들어선 그 분의 집 멀리서 보면..거의 폐가에 가까와 보이지만.. 정말로 전원에 돌아온..모범적인 집이지. 밤이면..개끌고..강가로 산책나갈 수 있는.. 전형적인 전원 생활.. 여름에..비가 많이 오면..좀 무섭기도 하다지만.. 울타리 따라 심어져 있는 유실수 에서 열리는 과수를.. 대추..오디..앵두..농담삼아..내년 장에는 우리가 직접 따다가 나가 팔자고 제안하고 한번 웃어보았네.. 가장 피곤한건..동네사람들과의 관계라는데.. 아무리 노력해도..겉도는 듯한 느낌.. 그리고..무례하다 느낄정도로..행동하는 지역 사람들 때문에..가끔 가슴앓이도 하지만.. 진정으로 잘했다는 생각은 하고 사는 집.. 우리는 그렇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겁이나.. 새롭게 모여든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 들어간 셈이지.. 용기가 조금은 부족했다는건 인정. 그래도..그분을 알고 지낸다는 것이..얼마나 다행인지.. 이 곳에 와서..같은 교사가정이라는 공통점으로.. 두가정으로 부터..얼마나 도움을 많이 받았는지.. 이사온지..어제로 꼭 1주일이 되었는데.. 마치..몇년전 부터..이 곳에 붙박고 살아왔던 사람인양 그런 느낌이네.. 우스개 소리로..다른 분들도..일주일이 아니라..한 5년은 산 사람 같다고들 하고..후후 안개가 무척 끼는 곳이군.. 안개속에서 차끌고 다니기가..아침마다 새로운 고민거리. 오늘은 딸래미 학교 체험학습일이네.. 다행히..전학한 학교가..좋은 것같아..다행. 주변 가까운 곳에..함 다녀와야겟는데.. 오후에..또..시부모님께서..오신다기에..망설여지기도 하고.. 이제 티비도 나오고..컴도 노트북이지만..안정되게 쓸수있고 다시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은데.. 집에만 박혀지내던 사람이..돌아다니다 보니..저녁땐.. 녹초가 되곤 하는 바람에..후후 아..새벽 공기가 넘..깨끗하구만.. 뉴스에서..서울이라는 말이..참..새롭구만.. 난..어느새 촌여자.. 1999. 10. 10 창가에 노란 소국이 앙증맞다. 어제 강둑을 걸으면서 꺽은 것이다.. 계속된 비로..질척 거리는 둑길.. 그런길을 첨 걸어본 경훈이는 ..엄마 이런흙을 밟으면 나쁜 거 아녜요? 한다..나쁘긴 ..좀 불편한 거지.. 강둑엔 억새풀이랑. 들국화...간혹 보이는 꽃향유.. 이름모른 몸집 큰 흰새도 보인다. 둑길에서..만나는 아이들..서로 반대편에서 출발해서 만나는 아이들의 뜀박질에서..너무도 싱그러운 흙냄새를 맡는다. 자연과 가장 어울리는 소재가 있다면..그건 바로..아이들. 잠자리 날아다니는 노란 논둑길에서도..아이들은 금새 놀이감을 찾는다. 물빠진..농수로에서..징그러운 거머리를 보아도..아이들은 마냥 신기하고 재밌어한다. 달팽이도 보이고..소라도 보인다..그리고..빈사상태인 물매암이. 물도 거의 마른 이곳에 왜 혼자 남겨진 것일까.. 집으로 돌아올땐..차도 어쩌다 다니는 길가.. 코스모스들이..가을의 끝자락에서 흔들린다.. 그 사이로 보이는 아이들의 뒷모습..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오랜만에 만나는 햇볕에..곡식들이 익어갈테지만 계속된 비로..골아버린 고추밭은 버려진채 시들어간다. 창가에 노란 소국이 함초롬하다.. 1999. 10. 12 그날도 어느때와 다름없이..경도엄마의 전화로 도예원에 함께 가기러 했었다(경도엄마란..ㅇ선생님의 부인, 34세의 두아들의 엄마로..요즘 내가 젤 만만히 구박하며 사는 아주아주 착한 아지매. 설서 살다가 지난 5월 이곳에 이사 와서 내게 너무도 많은 도움을 주는 이) 차가 고장났다는 그이의 말에..그집 아이들 까지 싣고 축령산 쪽에 있는 작은 도예원을 찾았다. 산길을 울퉁 불퉁 들어가..잘 생긴 진도개가 있던 도예원에서..첨 갔지만 함께간 사람의 진도에 맞춰 첫 시간부터 머그컵을 두개나 만들고. 내 멋대로 못생긴 접시도 두개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만난 나무와 집 아줌마(경도엄마의 이야기에 자주 등장했던 목조주택과 흙집을 디자인 하는 그림도 아주 잘 그리는 아줌마)가 신나게 크고 멋스런 접시들을 만들어 손질하는 것을 보고 담부터 우리도..저런 쓸모있고 멋스런 그릇을 만들자고..약속. 그 틈에 아이들은 자기들에게 할당된 흙으로 주무르고 밟고..열심히 무언가 창작품을 만들어낸다. 경훈이는 도깨비와 잠자리 로케트 달팽이를 그럴 듯 하게 만들었다..경윤이는 몇번의 경험으로 제법 큰 작품에 도전하고..젤 어린 경도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무슨일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신나게 돌아와 경도네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우울한 남편의 전화가 왔다..첨엔 얘기를 안하더니..아이들 맞기고 빨리좀 오란다. 이사 온지 얼마안돼..한번..그 사람이 왔었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인데..아마 이 까페의 원래주인인 모양이다. 한때 잘 나갔던 까페는 아이엠 에프로 서리를 맞고 그 서리맞은까페를 임대를 주었지만..터무니 없이 장사가 안되는 곳에서..우리에게 세를 주었던 ㅇ사장이란 여자는..까페를 놀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손해를 만회 하고자..놀리느니..우리에게 세를 준 것이었는데..주인은 몰랐다는 것이다. 전에 온날도..한 두시간인가를..밖에서 험악하게 무슨 소린가를 하고 갔었다..난 안에서..무서워서 꼼짝않고. 남편은..아마 몰락해서 택시를 모는 그사람이 안쓰러웠는지. 하는 소리..그래도 다 받아줬던 모양이었다. 문제가 생기니..우리에게 세주었던 그 여사장은 주인에게 아마 돈을 좀 주었던 모양이다..그러고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전화로 미안했다..3월까지 살아도 된다.. 우짜고..했다더니..또 다시..나타나..행패비슷한모양새를 부린 모양이다..남편은..참다참다..흥분했고..당장 나간다 한 모양이다..그리고..더이상 그 집에서 살기 싫다며..당장 이사를 가자고 했다. 나를 차에 태우고..어두워진 시골길을 무작정 달렸지만. 남편이라고..그시간에..뾰족이 갈데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집을 짓고 있는 현장에..무작정..올라갔었는데.. 그때까지..포스홈 직원들이 일을 하다가 내려오고 있었다. 민망해서..차에 다시 탔는데.. 서러웠다..집이 없다는 것이. 밤이 되었는데..우리 네식구 등붙일 공간이 이세상에..없다니. 바로 몇시간만에 이런일이 일어날 수가 있다는건지.. 당장 밤인데..갈곳이 없었다..더욱 나를 비참하게 한것은 바로 직전에 들럿던 다 쓰러져 가던..그집의 방..그것까진 좋았다..그런데..그 앞에서..무례하달 정도로..험악하게 누구냐를 묻던..그 아저씨의 행동. 아무도 보고싶지 않아..ㅈ선생님댁에 의논하러 간다는 남편에게..같이 왔단 말을 하지 말라했었다. 그런데..ㅈ선생님은 들어오지 않으셨고..ㅁ언니(주선생님의 부인 별빛마을에..젤 먼저 입주해서..그야말로..젤 많이 고생하고 이제는 정말로 이쁜 집에서..확실히 적응하고 사는..) 가 쫒아 나왔다..언니의 얼굴의 보는순간..눈물이 왈칵 솟았고 ..정말 그런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는데.. 이래저래 궁리를 하다가..ㅁ언니가 안다는 집에 방이하나 있다며 전화를 뺐더니..거의 반 강제로..방을 얻어 주었다. 그리고..저녁을 먹는 자리에서..우리의 이사날 이야기가 나오고.. 이래저래..초점이 우리가 손없는 날..이사하지 않았다는 데로 귀결..ㅇ약사네..할머니의 조언으로..담주가 아니면..오늘밤 당장 이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친절하게도..ㅇ약사댁 할머니께서는. 딱 한번본..나에게 전화까지 하셔서..이불하고..밥솥..숫가락챙겨서..그날밤.. 그 집에 가서 자라는 것이다. 우리도 우리지만..느닷없이..방달라는 전화받고 한 술 더떠서..그날밤 당장 자야겠다는 이상한 외지인을 따뜻하게 맞아주며..보일러 기름까지 넣고 기다려주던 주인집의 인심은..정말 잊을 수가 없다. 이불을 싣고..아이들을 데리고..남의 집 문간방으로 가던밤. 참..여러가지 기분이..교차했다. 살아가면서..참..다양하게 살아보는구나.. 다행히..아이들은..덜컹이는 이불위에서..까르르.. 이 곳은..입석리가 아니라..운수리 이다. 수동 초등학교 건너편..당두평이라는 곳에 들어선 주택가 주변엔..만취대라는 경치 수려한 수동천이 흐른다. 이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들..주인집을 내집 드나들며 놀고 있는 경훈이.. 문간방에 딸린 작은 화장실에서..쭈그리고 세수를 하며 남편은..꼭 신혼집 단칸셋방 같다고..킥킥 거린다. 낼은 주인집 아이 유치원 나들이에 따라가기로 했다. 에버렌드로 간다는데..미리 얼굴을 익혀둬야..수동초등 학교 병설유치원에 들어가기가 쉽다고..주인아줌마가 도시락 까지 싸가며..가잔다. 만 5세아의 무상교육..경훈이가..그 혜택을 보려고 한다. 정말..오랜만에..나라덕을 보는 모양이다.. 스타리 1999.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