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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딸인가(?)


BY 단풍잎 2001-10-28

나에겐 7살난 딸이 하나 있다.
나는 이 딸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 다짐을 하지만 번번히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부부싸움이란게 신경전벌이느라 피곤한 것도 피곤한 것이지만,한참 커가는 딸아이 정서에도 좋지 않을 것이니까.

며칠전 25일은 우리 남편 월급날이다.
26일부터 자동이체로 각종 적금, 보험, 세금등이 줄줄이 빠져나가니까 25일쯤이면 입금이 되었나 나는 꼭 확인한다.
그날도 오후쯤 확인을 하였는데, 입금이 되질 않았다.
그날 남편은 회식이 있었고, 늦게야 들어온 남편에게 나는물었다.
"오늘 왜 통장에 입금이 안됐지"
그러니까 우리남편"내일 입금이 되겠지"그러더군요.

결혼한 이튿날부터 통장맡기고, 지금까지 집안의 돈이 얼마 있는지, 집을 사던지 말던지, 모든것을 나 몰라라 하던 사람이기에 나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26일 아침 통장정리를 하였건만 역시 입금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남편 하는 말 "음~~~통장번호 바꿨어" 그러더군요.
이런걸 두고 뒷통수 맞았다고 표현하나 봅니다.

갑자기 눈물이막 쏟아지고, 이 낯선 땅에서 남편이랑 잘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친 자신이 가엾고, 정말 이 사람이 늦바람이 난나 하는 생각, 온갖 잡생각이 마구마구 스치더군요.
정신을 가다듬고 조용히 따졌죠.
"내가 살림을 잘못해서 그러냐? 아니면 자기 무슨 필요한 돈이 있냐?" 그렇게 물어보아도 묵묵부답.
원래 말이 없는 줄은 알지만, 이렇게 큰 사건을 두고, 아무말 없는 남편 난 미치는 줄 알았죠.

저녁에 들어온 남편에게 나는 침을 튀기며 대들었고, 낮에 정신을 가다듬고 메모해두었던 한달간 "가정경제내역"을 보여주었죠.
그 내역을 보더니 이렇게 "많이드나"하는 표정은 읽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경제권 줄수 없다는 겁니다.글쎄.
싸움이래봤자 남편은 말이 없이 밀어부치는 형이고, 무슨일이 있으면 그냥 못 넘어가는 나의 약간은 불같은 성격.
난 또 마구마구 따졌죠.
한참을 듣던우리 딸,
"돈이 있으면 둘이 똑같이 나누면 되지 왜 싸워 왜 싸우냐구"

우리남편 딸아이의 말에 빙그레 웃더니 그러더군요.
"음~~어제 갑자기 생각하니까 난 돈벌어주는 기계지 만져보지도 써보지도 못하니까 그냥 그렇게 한번 해봤어"
딸아이의 말한마디에 모두 반납할것을, 아니 그돈 들고 달아날 주제도 못 되면서 우리 남편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잠시 정신적인 외도였나 봅니다.

얼마전 토요일 차도 두고 갔는데 밤1시가 되도록 들어오지 않아서 싸웠을때 우리 딸아이 그랬답니다.
"아빠가 잘못했네 전화도 안해주고 오지도 않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나역시 너무 말없는 남편에 대해 웬만한건 다 참고 넘어가지만, 뭔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 남편아 제발 말좀해라 이마누라 속터져 죽는다"
그리고 "딸아 고맙다 너는 영원한 내편이다"
마지막으로 이젠 정말 너앞에서 싸움하는 실수는 하지 않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