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방학 때면 완도 어느 섬 지역의
이모네 집엘 가끔 가곤 했다.
검푸른 바다 가운데
굴 양식장이며 김 양식, 그리고 통통배는
우리에겐 신기한 풍경일 수 밖에.
온종일 밖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뛰어 놀다 보니
뭐 더 재미있는 거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마침 겨울 바람도 매섭고
불장난을 하면 춥지도 않을 거 같아
또래인 사촌과 함께 성냥을 찾았다.
어디에다 불 지르는 게 가장 좋을까...
마침 동구 밖 나무에 매어있는 소 꼬리가
할 일 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게 보였다.
야~ 저거다!!
우리 소 꼬리에다 불 붙이자!!!
마치 지푸라기처럼 가느다랗고 길다란 게
아마도 불 붙이기엔 최고 안성마춤일 거 같다.
종이에 불을 붙여 소에게 다가가니
고녀석이 눈치를 챈 듯
그 큰 눈을 휘번득이며 불 붙은 종이를 노려 본다.
소 꼬리는 점점 더 빠르게 흔들리고
맘 먹은대로 불을 붙일 수가 없다.
결국 소 뒷발길질에 놀라
소 꼬리에 불지르는 건 포기하고 말았다.
이대로 말 수는 없다!!
주변에 뭐 불 붙일 게 없나 살펴 보다
흙담 위에 짚을 엮어 얹혀있는 게
불 붙이면 아주 잘 탈 거 같다.
야! 우리 저기다 불 지르자!!!
바람도 넉넉하게 협조 해 줘
그들의 목표대로 시원스럽게 활활...
담 위의 짚 장식은 남김없이 다 타 버리고
동네 사람들 양동이 들고 불 끄러 오느라 혼비백산.
그렇게 큰 사건이 될 줄 몰랐는데...
놀란 두녀석은 잽싸게 도망 쳐 마을 어귀에 숨어
불이 다 꺼지기만을 기다렸다.
좀 더 자라서는
언니와 내기 게임을 하여
4;6으로 진 사람이 돈 도 더 내고
먹을 것도 사 오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늘 동생이 내기에 졌고
약이 오른 동생은 꼭 가게엘 가게 되니
오면서 손해 보기 싫어
미리 절반을 먹어버리고 왔다.
언니 한복을 빌려 입으려니
제 몸에 맞질 않아
물어보지도 않고 가위로 싹둑 잘라 품을 주려
언니가 그 한복을 입지도 못하게 만든 그 여자.
시집가서 늦둥이 아들을 낳았다.
그 집 아들
엄마 못지앉게 개구장이일 거 같아
난 정말 걱정이 된다.
얘야!
너 절대 애완견 기르지 마라.
네 아들 강아지 꼬리에 라이터로 불 붙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