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이 하나씩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스개말로 남자들 돈떨어지면 담배 떨어지고
애인마저 떨어진다드니 내가 꼭 그짝이다
돈 떨어지니까 동동구리무 떨어지고 머리 샴프까지
떨어지는거라...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안바를수도 없고
할수없이 시내나간김에 화장품 코너를 갔다.
내가 생긴건 무허가돌파리처럼 생겨도 피부는 조금
좋은축에 들어간다.
하긴 이얼굴에 피부라도 좋아야지 피부마저
귤껍칠처럼 억세다면 볼짱 다본거지 뭐.
피부가 좋다는말은 아무거나 발라도 트러블이
안난다는 소리다.
고로 돈이 넉넉할때는 비싼거 사바르고
땡전한푼 없을때는 싸구려를 사발라도 대세에
지장 없단 소리. ㅎㅎㅎ
눈화장을 무지 세련되게 한 아가씨가
이것 저것 꺼집어 내놓는 화장품은 앙징맞을 정도로
이쁜 용기다.
근데 화장품값이 진짜 장난이 아니다.
늘 남편이 출장 갔다오면서 선물해준 화장품이나
아니면 애들이 사준 화장품을 발랐기에
내돈 주고 산지가 한참돼서 그런지
정가 확인해보곤 간이 툭 떨어질 정도.
근데도 왜 자꾸 비싼 화장품쪽으로 손이 가는지...
주제 파악도 못하고 말이다.
중간치 가격을 집어드니 아가씨왈
'아유 사모님 이거 발라보세요. 피부도 고운데...'
한개 팔아묵겠다고 밥순이같이 생긴 날보고
사모님 소리까지 해대면서 권하는거라.
견물생심이라고 이쁜 용기에 정신이 홀라당해서
그만 아가씨 권하는걸 사긴 샀는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내 자신이 참 한심스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호박이 줄긋는다고 수박되는것도 아닌데
좋은거 발라봤자 표시도 안날거같은 얼굴에
몇가지 집어들곤 쌀 한가마값을 날리다니...
남편 등꼴 빼먹어도 예사로 안빼먹구만.
요러고도 맨날 남편한테 불평하고
약빨 올리고 이길려고 바락 바락 대드니.
애구 미안해서 오늘부터는 좀 잘해줘야겠다.
집에와서 세수하고 새로산 화장품 찍어바르니
기분 쨩이고 날아갈거 같다.
갑자기 쪼매 이뻐진거 같기도 하고..히히.
'내 얼굴 함봐라. 어떻노?"
남편앞에 향긋한 화장품 내음을 풍기면서
얼굴을 쑥 내밀었드니 대답이 뭐라 카게요?
양귀비 같다고 했을가요? 노우.
클레오파트라같다고 했을까요? 네버.
이쁘다고했냐고요? 천만에요.
'얼굴 치워라. 테레비 안보인다'
내가 아예 말을 말아야한다니까요..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