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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BY 봄비내린아침 2001-11-08

믿거나 말거나..

제 유년은 참 가난하였습니다.
제 유년은 오로지 농사밖에 모르시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성씨 하나만 믿고 덜렁 시집보내져온 좀은 깨인 어머니 사이에서 흙만지며 자랐답니다.
제 아버지는 고지식한 분이십니다.
일찌기 양친을 여의시고 위로 세 형과 형수 손에 의해 길러져서 갓 군대를 제대할 무렵 제 어머니를 만나셨습니다.
그 시절엔 먹을것이 그다지 풍성하지 않았었지요.

위로 첫딸을 낳은 어머니, 저를 낳으실때
"이번엔 꼭 아들이어야 할낀데.."

하지만, 그 기대를 걷어차고 저 또한 딸이었고 그러고도 밑으로 여동생 하나를 더 낳고서 기어이 포기 못하신 울 어머니는 막내로 아들을 낳으셨답니다.

어머니가 저를 낳고 몸조리를 하실적에, 그때 나이 스물도 채 안된 막내 이모가 와서 제 어머니의 산바라지를 해 주셨다네요.

제가 태어난 날은 음력 유월 초나흘..
후덥하고 찌는 날에...
그래도 제 아버지는 어릴때부터 유독히 제게 잔정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언니를 낳고 바로 낳은 사내아이.../행여 연이 닿았다면 제 오빠가 되었을수도 있는.../하나를 낳자마자 잃어버린탓에..
"잘 커주는것이 최고지..암"
아버지는 늘 그리 말씀하시며 눈꼬리를 적시며 저를 이뻐해주셨다고하네요.

저를 낳고 몇일째 아버지는 끼니때마다 손바닥만한 쇠고기덩이를 부억에 밀어넣곤 하셨답니다.
의아히 여긴 울 이모가 저녁나절 슬쩍 아버지한테 물어보았다죠.
"형부, 웬 고기가 끊이지않고 나와요?"
씩, 안면에 미소를 띄신 아버지가 하신 말씀
"처제...내 하나 갈켜줄까?"
"?"
"쇠고기를 1년내도록 먹을 수 있는 방법 말야"
"?"
"잘 들어 보라구.."
"!!!"
"일단은 외양간에 있는 소의 엉덩이에다가 탄탄한 거물망을 씌워...너무 좁은망도 안되고 너무 성긴망도 안되지..적당한걸로다가.."
"?"
"왜냐면, 살이 젤루 많은건 짐승이나 사람이나 엉덩이이니까.."
"그래서요?"
침까지 꼴까닥 넘기며 아직은 순진한 이모가 아버지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다음 답을 기다렸겠죠.
"하룻밤 자고 나면은 그 그물망사이로 소의 엉덩이살이 조금씩 비집고 올라와"
"정말요? 음..그럴수도 있겠네"
"하루 가지고는 좀 그러니 한 삼일정도 있다가 삐져나온 소의 엉덩이살을 잘 드는 칼로 도려내"
"엥? 말두 안돼..."
"있어봐..끝까지 들어.. 그리고 나면 그 도려낸 자리에 새 살이 돋거덩..."
"에잇..거짓말"
"참 내..아니면 내 형편에 어찌 매일 쇠고기를 구해오누?"
"새살을 도려내면 금새 또 새살이 돋아..첨엔 고통스러워하던 소도 차츰 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니까.."
"끄덕..끄덕.."
그 신선도 좋은 쇠고기국을 먹으신 울 어머니의 영양가많은 모유를 먹고 자란 저..
그래서 이렇게 튼실하게 잘 커왔나 봅니다..
딸셋중 제 키가 젤루 커거든요..